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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은 ‘허브 문맹’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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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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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어본 요리가 특별히 더 맛있게 느껴졌다면 거기엔 내가 모르는 허브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대부분 '허브문맹'이지만, 허브는 언제나 요리의 화룡정점이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많이 먹어본 요리가 특별히 더 맛있게 느껴졌다면 거기엔 내가 모르는 허브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대부분 '허브문맹'이지만, 허브는 언제나 요리의 화룡정점이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먼저 퀴즈부터 풀어보자.

1. 토마토의 단짝 친구 ○○

이탈리아 요리에 빠지지 않는 허브로, 클로브(정향)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소스, 샌드위치, 수프, 샐러드 등에 사용되며, 특히 토마토와 잘 어울린다. 카프리섬에서 유래한 카프레제 샐러드나 마르게리타 피자 등이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음식.

정답: 바질

2. 다른 허브들과 잘 어울리는 ○○

고기의 잡내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향초다발인 ‘부케 가르니’의 중요 재료다. 다른 허브들과 잘 어울리는데 특히 로즈마리, 파슬리, 세이지, 오레가노 등의 허브와 궁합이 좋다. 스튜나 수프처럼 푹 끓이는 음식에 많이 쓰이며, 돼지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등과 잘 어울린다. 이파리가 아주 작가 때문에 다질 필요 없이 통째로 사용한다.

정답: 타임

3. 구운 고기와 찰떡 궁합 ○○○○

지중해가 원산지로, ‘바다의 이슬’이라는 라틴어 어원을 갖고 있다. 톡 쏘는 향이 레몬향과 소나무향을 연상시키는 가장 향기로운 허브로 유명하다. 달콤하면서도 쓴 맛이 나며, 구운 양고기, 마늘, 올리브오일 등과 잘 어울린다. 납작한 이탈리아 빵인 포카치아, 토마토소스, 피자, 돼지고기 등에 넣으면 풍미를 돋운다. 향이 강해 조금만 사용해야 한다.

정답: 로즈마리

4. 요리의 마지막 터치 ○○○

우리나라 파와 비슷하며, 골파라고도 불린다. 부추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향이 좋아 고기와 육류의 냄새를 잡는 데 효과적이다. 케사디야, 구운 감자, 각종 소스에도 많이 사용된다. 불에 약하기 때문에 섬세한 양파향을 파괴하지 않으려면 생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가니시로 마지막에 뿌려주면 어떤 요리든 풍미를 돋운다.

정답: 차이브

5. 연어에는 반드시 ○

깃털 모양의 이파리에서 청량하면서도 날렵한 냄새가 난다. 로마시대 생명력의 상징이었으며, 중세에는 마녀로부터 지켜준다고 여겨져 마법의 물약 재료로 사용되곤 했다. 생선요리, 특히 연어요리에 많이 쓰이고, 각종 치즈나 오믈렛, 오이 요리, 그 중에서도 피클에는 꼭 들어간다.

정답: 딜

6. 향나물이라 불리는 ○○○○ ○○○

두 종류의 파슬리 중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향나물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파리가 꼬불꼬불한 컬리 파슬리가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과 달리 육류, 어류, 채소 요리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곱슬거리는 파슬리보다 향이 덜 강하고, 쓴 맛도 덜하다. 넓고 평평한 이파리가 미나리 잎이나 고수 잎과 비슷해 잘못 고르기 쉽지만, 그랬다간 치명적인 맛의 차이가 발생한다.

정답: 이탈리안 파슬리

7. 아삭한 식감에 톡 쏘는 ○○○

열무와 비슷하게 톡 쏘는 매운 맛이 돋는다. 샌드위치나 파스타에 그냥 올려 먹기 좋다. 샐러드로 사용할 때는 보다 순한 맛이 나는 채소들과 섞어 먹는다. 피자에도 자주 사용된다.

정답: 루콜라

8. 미식가의 파슬리 ○○

미나리과의 일종으로 프랑스 요리에 많이 쓰인다. 생선요리의 비린내를 없애주는 데 효과적이며, 수프, 샐러드, 오믈렛, 드레싱 등에 많이 첨가한다. 이탈리안 파슬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맛은 감초와 비슷하다.

정답: 처빌

9. 해산물의 필수허브 ○○

회향이라 불리는 미나리과의 식물로 열매와 잎을 모두 알뜰하게 먹을 수 있다. 톡 쏘는 청량한 맛이 굴과 조개 같은 해산물과 찰떡 궁합이다. 무와 양파를 섞은 듯한 하얀 열매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나고, 솜털 같은 이파리는 생으로 다져서 각종 요리 위에 뿌려 먹는다.

정답: 펜넬

10. 미니양파 ○○

양파와 마늘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 양파보다 순한 맛이다. 대체로 익혀 먹는 양파와 달리 샐러드나 드레싱처럼 날 것으로 먹으면 좋다. 양파 대신 사용하면 보다 개운하고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정답: 셜롯

토마토엔 바질, 해산물엔 펜넬…

‘미뢰’가 열리는 요리의 화룡점정

기본적 맛 궁합 알면 나도 요리사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스카버러 페어(Scarborough Fair)’에서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앤 타임’. 여기서 타임(Thyme)이 ‘Time’인 줄 알았던 것은 비단 박모씨뿐이었을까? 세이지는 현자(sage)니까 요새 유행하는 말로 ‘현자 타임’? ‘허브 문맹’ 인증이다.

물론 미나리와 쑥갓, 봄동과 달래만으로 살 수는 있다. 서양요리에나 나오는 이름도 낯선 허브들, 그것 없이도 지금껏 잘 먹고 잘 살아왔다. 하지만 허브는 누가 뭐래도 요리의 화룡점정. 미뢰를 총궐기시킨 허브의 맛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바질이 그렇게 우리 삶에 들어왔고, 루콜라가 뒤를 이었다. 똑같은 굴을 먹어도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과 펜넬, 차이브, 셜롯을 곁들여 먹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미각의 반경을 놀랍도록 확장시키는 허브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다.

허브, 맛의 범주를 넓히다

허브는 본래 잎이나 줄기가 음식 또는 약으로 쓰이는 식물을 말하지만, 요즘은 열매나 꽃까지 범위를 넓혀 허브로 부른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방향제나 향초, 아로마오일, 허브티 등으로 용처가 한정돼 있었지만, 맛집 탐방과 미식이 트렌드가 되고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스타벅스 샌드위치 메뉴 덕분에 유명해진 루콜라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요리 사이트 등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질문이다. 현재로선 프리미엄 식품관인 서울 청담동의 SSG푸드마켓이나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의 고메이494 정도가 구입 가능한 곳이다.

허브로 요리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맛궁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토마토 하면 바질, 해산물 하면 펜넬 하는 식으로 허브마다 특정 용도가 있다. 딜 씨앗은 피클에 쓰이고, 로즈마리, 오레가노는 육류 요리에, 루콜라는 피자와 샐러드에 주로 쓰인다. 차이브, 파슬리, 처빌, 타라곤을 섞어 만든 피네 허브(Fine herb)는 샐러드에, 차이브, 세이보리, 처빌은 수프 향신료로 주로 쓰인다. 허브전문가인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가이드’(시골생활 발행)의 저자 유다경씨는 “허브가 요리에 활용될 때 모두 생허브로 쓰이는 것은 아니고, 가공하거나 건조해서 향신료로 이용되기도 한다”며 “바질은 생바질이 가장 향미가 좋고, 그 다음이 갈아서 소스로 만든 바질페스토, 마지막이 건바질”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레가노는 건조한 게 가장 향이 좋죠. 생허브로 이용되는 루콜라, 바질, 피네 허브군, 수프 향신료군 외에 다른 허브들은 손질을 거쳐서 사용하는 게 좋고요.”

아직까지는 유통망이 한정돼 있어 구하기 힘든 만큼 대체재가 간절하다. 하지만 유씨는 “엄밀히 말해 대체할 만한 일반 식물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한다. 그 특별한 향과 맛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견상 비슷한 채소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미나리를 넣고 고수 맛을 기대할 수는 없다.

펜넬, 차이브, 셜롯 등 다양한 허브를 레몬드레싱과 함께 곁들인 굴.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펜넬, 차이브, 셜롯 등 다양한 허브를 레몬드레싱과 함께 곁들인 굴.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바로 뽑아 바로 먹는다 ‘키친가든’

슈퍼마켓에서 루콜라를 살 수 없다는 분노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도시농부로 만들었다. 텃밭이든, 옥상이든, 베란다든, 흙에서 쑥 뽑아 바로 샐러드에 투하할 수 있는 허브에 대한 갈망. 이른바 ‘키친 가든’을 태동시킨 동력이다. 유통거리 ‘0마일’의 그야말로 슬로푸드인 이 키친가든은 ‘킨포크스타일’을 폭발시킨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 3년 연속 꼽힌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는 현재 레스토랑 문을 닫고, 건물 상부에 바로 뽑아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를 키우기 위한 농장 공간을 갖춘 새 건물을 짓고 있다.

도시농부가 처음 도전해볼 만한 허브로는 뭐가 좋을까? 14년차 도시농부인 유다경씨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허브는 관상이 아니라 활용에 포인트가 있는 식물이라서 초보자가 잘 키울 수 있어도 쓸모가 없으면 흥미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무성하게 잘 자라봤자 내가 뽑아 쓸 일이 없으면 별무소용인 것. 그러므로 어떤 허브를 키울 것인가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용도다.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지, 요리를 좋아하는지, 아로마테라피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골라야지 쉽게 잘 자라는 것이 기준이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으로는 노지에서 키울지, 실내에서 재배할지에 따라 달라요. 허브는 자연에서 자라는 야생화거든요. 그래서 햇빛과 통풍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실내에서는 햇빛 부족으로 성장이 부족하고, 통풍 부족으로 해충 발생이 많아지죠. 베란다밖에 허브를 키울 공간이 없다면 24시간 문을 활짝 열어 외부공기가 항상 들어오도록 하세요. 겨울에는 온습도계를 설치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낮에는 창문을 열어주고요. 꽃을 피우는 허브는 특히 많은 햇빛을 요구하니까 꽃을 수확하는 캐모마일이나 씨앗을 거두는 캐러웨이, 코리앤더(고수) 같은 허브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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