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화조, 쯔란…. 중화요리 열풍을 이끌고 있는 중국 향신료들이다. ‘짜장면과 탕수육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런 새로운 맛이라니’로 요약할 수 있는 작금의 중화요리 붐은 새로운 맛을 찾으려는 인간 본연의 욕구와 맛의 새 지평을 경험한 데서 오는 쾌락이 만나면서 증폭된 현상이다. ‘양꼬치와 쯔란’, ‘훠궈에 마라’ 식으로 이젠 어느 정도 맛궁합에도 익숙해졌다.
마라는 씹으면 혀가 얼얼하면서 톡 쏘는 매운 맛으로 중국 쓰촨요리에 많이 쓰인다. ‘마’는 얼얼하다는 뜻으로 중국 산초(Chinese Pepper) ‘화자오’를 가리키고, ‘라’는 맵다는 뜻으로 건고추를 일컫는다. 화자오와 건고추를 섞어 만든 향신료가 마라다. 마파두부를 뜻하는 마라토푸,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 등 웬만한 쓰촨요리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화조는 재료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향신료로, 날씨가 추운 중국 북쪽지역에서 특히 선호한다. 매콤하면서도 짜릿한 맛이다. 서양에서는 커민이라고 부르는데, 양고기 누린내를 잡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로 향이 매우 강하다. 다른 식재료의 향미를 다 덮어버릴 정도로 톡 쏘는 쓴맛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케밥 등 중동요리에도 많이 쓰이는 향신료다.
중식당 크리스탈 제이드의 총괄셰프인 왕가홍 이사는 “쯔란은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데다 톡 쏘는 향 때문에 음식을 들이키다 기침을 하는 경우다 많다”며 “쯔란과 사천고추가 들어간 사천식 우육탕면 같은 음식은 대여섯 젓가락 정도는 후후 불어 잘 식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짜장면과 짬뽕이 아닌 새로운 면요리로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우육탕면은 별다른 부재료 없이 국물, 면, 소고기로 만든 단출한 탕면요리로 국물 맛이 진하고 깊다.
여덟 개의 모서리가 있는 별 모양의 팔각도 중화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나 북경오리나 오향장육 등에 많이 사용된다. 서유럽에서 넘어와 상하이요리에 많이 쓰이는 흑후추는 단맛과 매운맛이 개운하게 어우러져 소고기 요리의 소스로 자주 사용된다. 왕가홍 셰프는 “흑후추는 후추 중에서도 가장 맵고 강한 맛을 낸다”며 “그런 만큼 섬세한 맛의 요리에는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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