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청와대에 노동개혁5법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 법안의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실적을 보고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서명운동은 대한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8개 경제관련 단체가 벌이고 있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이례적으로 동참해 비판 여론이 일었다.
20일 금융ㆍ보험업계 종사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6개 단체 소속 기업들에 공문과 입법 촉구 동의서를 보내 임직원들에게 서명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네티즌은 “(회사에) 물어보니 매일 대한상의를 통해 청와대로 각 회사별 동의서 실적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강제 할당 서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기업 인수합병(M & A)와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법안들에 직원들더러 서명을 해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이 네티즌이 공개한 공문을 보면, “13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호응해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기 위해 6개 금융협회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범국민 서명운동 추진하기로 했다”며 “회원사의 적극 협조를 요청한다”고 돼있다. 또 “내일(15일)부터 매일 오후 4시까지 각 사에서 취합된 (서명) 숫자를 간단히 회신하고 20일 오전까지 취합된 서명지 원본을 협회로 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글에 다른 네티즌들은 “강제로 직원들 서명 받고 이게 국민의 뜻이라고 할 것이냐” “어느 회사에선 강제로 동의를 받을 것” “동의서를 받지 않고도 (조작해서) 받았다고 할까 봐 겁난다” 등 비판 댓글을 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9일 경제단체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서명운동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민생법안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이 노동개악 입법에 ‘묻지마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전 국민을 기망하는 대국민 사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서명 인원을 취합하기 위해 매일 서명인원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 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 “얼마나 답답하면 서명운동까지 벌이시겠느냐”며 “저도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했는데도 안 돼서 너무 애가 탔다. 힘을 보태드리려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례적인 서명운동 동참을 두고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