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정책에 막대한 피해
제도 개선 방안 마련하라” 성토
롯데 면세점의 서울 잠실점(월드타워점)에서 20년 가량 식품 판매장을 운영해 온 A씨는 곧 매장을 접어야 한다. 1억원 안팎이던 월 매출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난해 6월부터 4,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지난해 11월 월드타워점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재입찰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A씨는 대안으로 지난달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 입점도 고려했으나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새로 입점하기 위해서는 매장공사비, 인건비, 상품개발 등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방문객은 월드타워점에 비해 적어 매출이 줄어들 게 뻔했다.
A씨는 “직원(2명) 인건비, 판매수수료 등을 감안한 손익분기점(월 매출 7,000만원)을 맞추는 게 불가능해 고민 끝에 매장을 없애기로 했다”며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때문에 중소협력업체만 피해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면세점에 입점한 중소협력업체들이 정부에 ‘면세점 특허 5년 시한부 법안’의 폐기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입점했던 20여개 중소중견협력기업으로 구성된 ‘면세점 협력 중소중견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2년 통과된 개정 관세법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면세점이 재승인 심사에서 설명도 없이 탈락돼 상품을 공급ㆍ판매하는 협력업체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매장 인테리어, 상품개발 등 그 동안 투자한 비용과 노력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직원들도 실직할 위기에 처했다”며 “이런 상황을 야기한 정부나 국회는 제도개선 논의에서도 협력 중소ㆍ중견기업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폐업을 앞둔 롯데 면세점(잠실점)과 최근 새로 문 연 HDC신라(용산), 한화(여의도) 면세점에 모두 입점한 가방판매 매장의 최근 3주간 매출을 조사한 결과, 롯데는 하루 평균 330만원이었지만, 아직 관광객들에게 덜 알려진 HDC신라와 한화의 매출은 10분의 1 수준인 33만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와 국회가 현행 관세법을 개정하고 면세점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 대책을 내놓는 한편,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때 중소·중견기업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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