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한 피의자에 고함 지르고
플리바게닝 시도, 고소 취하 종용도
경청ㆍ공정 우수검사 10명도 선정
대검, 사례 사실관계 확인키로
#1. A 검사는 무혐의 결론이 내려진 사기 고소 사건을 재수사해 달라며 항고장을 낸 변호인에게 “사기 당한 놈이 미친 놈 아니냐”고 막말을 퍼부었다. “내가 조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라고도 했다. 사건은 캐비닛 속에 처박혔고, A 검사는 아무런 보강조사 없이 ‘항고 기각’ 처분을 내렸다. 해당 변호인은 “발언 태도로 볼 때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일 정도로 자격 미달인 검사”라고 비판했다.
#2. B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에게 너무나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당신 모르잖아”나 “그게 말이 되나요?” 정도는 예사였고, 심지어 “그 정도도 이해할 수준이 안 됩니까?”처럼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증인은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게다가 검사는 재판장의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는 등 사건 파악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들이 언급한 ‘나쁜 검사’들의 대표 사례들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이 같은 내용과 우수 검사들의 사례들을 묶은 ‘2015년 검사평가 사례집’을 19일 발간했다. 변호사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사실이라면 심상치 않다.
변호사들이 현직 검사들을 직접 평가하고 그 결과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변협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간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로부터 받은 1,079건의 검사평가표를 취합해 검사평가제를 시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변호사들은 검사들의 부정적 모습으로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수사태도 ▦자백 또는 특정한 진술 강요ㆍ유도 ▦고의적인 수사 지연 등을 주로 꼽았다.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게닝(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는 협상)을 시도하거나, 피고소인의 편을 들어 고소인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하는 검사도 있었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자 책을 들어 책상을 내려치면서 큰 고함을 지르면서 윽박지르는 검사도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맡은 변호인은 “당시 피의자는 심장수술을 해서 큰 소리를 치면 심장이 심하게 뛰고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검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갑을 채운 채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는 인권침해 사례, 조사에 입회한 변호인의 메모를 금지하는 등 적법절차를 무시한 사례 등도 거론됐다. 변협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본인들에겐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변협은 이와 함께 ‘피의자와 변호인의 말을 경청한다’ ‘공정한 수사태도를 보였다’ 등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검사들의 사례도 함께 소개하고, 10명의 우수검사를 선정했다. 수사검사로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변수량ㆍ차상우ㆍ최인상ㆍ장려미ㆍ김정환 검사였으며, 공판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채필규ㆍ추창현ㆍ김영오 검사와 최근 청주지검으로 이동한 박하영 검사, 서울서부지검 오선희 검사 등이었다.
변협은 이번 평가결과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 변협 관계자는 “법무부와 대검은 자질 없는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검사가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지키도록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검사평가제는 객관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사건 당사자로 검찰과 유ㆍ무죄를 다퉈야 하는 변호인 측의 일방 주장이어서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수 검사로 뽑힌 검사들 중 한 명은 외부 인사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최근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대검은 일단 변협이 공개한 자료를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인키로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번 평가결과는 사실 검증 절차 없이 고소장 내용대로 기소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도 “다만 검사의 부적절한 언행이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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