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ㆍ고정자산ㆍ철강생산 등 지표도 일제 부진
“올해부터 5%대 성장” 경착륙 전망도 속속 나와
“한국, 굴뚝산업보단 소비ㆍ서비스 분야 공략해야”
숫자 6.9는 중국 성장률이라 하기엔 매우 낯설다. 덩샤오핑(鄧小平) 개혁ㆍ개방 정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며 9.3%의 성장률을 기록한 1991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경제는 무려 열 번이나 두자릿수 연간 성장률(최고 92년 14.3%)을 기록했다. 9%대 일곱 번, 8%대 두 번, 7%대 다섯 번이었다. 24년 평균치가 10.1%에 이른 ‘위대한 시대’는 마침내 막 내렸다.
열기 확 식어가는 ‘세계의 공장’
물론 6.9% 성장률은 뚜껑을 열기 전부터 세계 주요 기관이 ‘그 정도로 나올 것’으로 전망한 수준(컨센서스)에 가깝다. 중국 정부 목표치 ‘7% 내외’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25년만의 최저치인 이 성장률이 중국 증시가 급전직하하고 위안화 가치가 부쩍 약해진 시점에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중국 금융 불안을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할 지, 약해진 경제체력(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일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지표는 근본적 문제로 촉발됐을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수치들이다. 무엇보다 7%는 ‘바오치(保七ㆍ7% 이상 유지)’란 목표가 말해주듯, 중국 정부가 그토록 사수하고 싶어했던 마지노선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폭이 5.9%(전년 동월비)에 머문 것은 눈 여겨 볼 부분이다. 11월의 6.2%보다 낮아진 것이고 시장 전망치인 6%를 밑돌았다. 주하이빈(朱海濱)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성장률 수치는 괜찮아 보일 수도 있지만 고정자산 증가율이 2000년 이래 최저로 떨어진 점이 눈에 띈다”며 “제조업 둔화는 대규모 실업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의 쌀’이라 할 철강 생산량이 24년만에 처음 감소한 것도 심상찮은 대목이다.
美 나아지는 것보다 中 나빠지는 속도 빨라
문제는 앞으로다. 사반세기만에 ‘바오치’ 시대를 끝낸 중국 경제는 바오류(保六ㆍ6%대 유지)마저 1, 2년밖에 지키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률 하락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10곳의 투자은행이 내놓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평균하면 6.4%에 그친다. 노무라는 아예 5%대 성장(5.8%)을 점쳤다. 특히 내년 중국 성장률이 5%대로 추락할 것이란 비관적 관측을 내놓은 투자은행은 바클레이즈 노무라 BMI리서치 방코빌바오 등 다수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이미 나온 얘기지만, 미국 경제가 좋아지는 속도보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숫자 자체보다는 성장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에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써온 만큼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경제성장률 하락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근이 ‘7% 내외’에 맞춘 이 수치마저도 조작 또는 과장되었다는 의심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6.9%로 나왔을 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외신은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1∼2%포인트 낮을 것이란 의혹을 보도했다. 심지어 영국 연구기관인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LSR)는 실제 성장률이 2%대 후반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소비 중심 수출’로 갈아타야
지금까지 중국 경제 둔화 속도는 예상보다는 크지 않은 만큼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받을 영향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수출 4분의 1, 해외 투자 5분의 2 가량이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생산 부진이나 소비 감소는 한국 경제에 장기적인 거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KDI 예측으로는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줄 때, 한국 성장률이 0.2~0.6%포인트 감소한다. 올해 중국 성장률이 곧바로 5%나 6% 초반대로 떨어진다면 한국 성장률 3% 달성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 산업이 받을 영향과 관련,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 굴뚝산업인 조선 철강 화학 등은 전망이 어둡고 소비나 서비스 쪽은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정규철 부연구위원은 “투자와 관련된 수출에서 소비 관련 수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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