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벌맥 랜치 스타디움에 있는 프로야구 LG의 스프링캠프. 봉중근(36)이 절친한 후배 류현진(29ㆍLA 다저스)과 재회했다. LG가 다저스의 구장을 사용하는 관계로 류현진의 미국 진출 이후 둘은 늘 이 곳에서 상봉한다.
류현진과 한동안 회포를 푼 봉중근은 “올해 우리 정신차리자”고 각오를 다잡았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렸지만 어깨 수술과 재활로 불가피한 휴업이었다. 반면 봉중근은 5승2패1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93으로 마무리로 뛴 후 최악의 성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결국 시즌 막판 선발 전업을 결심했다. 류현진에게 “정신차리자”고 한 건 결국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였다.
떨어진 성적 탓에 봉중근은 지난 시즌 연봉 4억5,000만원에서 무려 1억5,000만원이 삭감된 3억원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동결로도 연봉 줄다리기를 했다면 이번엔 군말 없이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대폭 삭감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서 더 이상의 신경전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애리조나로 출국 직전 도장을 찍고 나오면서 “자존심은 상하지만 내 탓이다. 정말 올 시즌에는 이 악물고 야구만 해서 성적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그런 각오는 시즌 직후부터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전지훈련을 시작하자마자 검게 그을린 얼굴은 지난해 12월 괌으로 개인훈련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고치 마무리훈련부터 참가한 봉중근은 괌에 이어 전지훈련까지 시즌 종료 후 국내에는 거의 머무를 새가 없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년간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했던 그는 선발 복귀를 결심했고, 양상문 감독의 허락을 받아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시작했다. 마무리와 선발은 훈련 방식부터 다르기 때문에 유망주 위주로 참가하는 마무리훈련부터 자청해 체계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했던 것이다.
봉중근은 “캠프에서부터 남들보다 운동을 더 할 생각이다. 감독님의 말씀처럼 야구만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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