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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새해의 부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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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새해의 부음들

입력
2016.01.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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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가 차가워 잠에서 깼다. 여명 직전. 간밤에 들이켠 맥주 몇 잔의 취기가 뇌리에 기름띠처럼 떠 있다. 머릿속이 뿌옇고 몽롱했다. 한파주의보. 기상 후 SNS를 들여다보게 되는 건 연말쯤부터 몸에 밴 습관. 별로 건강하지 않은 버릇이라 여기면서도 습관의 관성은 의지보다 두 세배 빠르다. 새벽 새 울음소리 대신 사람들 재재거리는 말들 들여다보며 눈곱 털어내는 게 21세기적 인간의 풍속인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타임라인을 훑다가 문득 정신이 든다. 두 개의 부음이 떴다.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와 록밴드 이글스의 멤버 글렌 프레이의 죽음. 각각 향년 91세와 67세. 연초부터 유독 유명인의 부음이 잦다 싶었다. 데이비드 보위, 앨런 릭맨, 신영복 교수 등등. 이런 새해가 이전에도 있었는지 궁금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거장들의 죽음으로 맞이하는 새해. 유명인의 죽음은 죽음 자체에 대한 각별한 인식을 정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새해와 함께 생을 달리한 갑남을녀들도 많을 것. 그 모든 익명의 죽음들을 대표해서 미셸 투르니에와 글레 프레이의 영정이 살아있는 갑남을녀들의 새해를 따끔하게 일깨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꺼번에, 너무 여러 명이 비슷한 시기에 떠났다. 저 세상에선 축생을 반복하지 말길 빌며 촛불을 켰다. 천천히 해가 떴다. 한 해의 시작이 두루 춥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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