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온통 공을 들여서/책 속에 담긴 성현 말씀 저버리지 않았네/삼십 년 긴 세월 고난 속에 쌓은 업적/송현 정자 한 잔 술에 그만 허사가 되었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1398년 태조 7년, 한국일보가 예전 자리했던 서울 중학동 송현마루에서 태종 이방원의 칼에 죽음을 맞으며 자조 섞인 유언을 남겼다. 뛰어난 지략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정도전이 유년시절을 보낸 충북 단양은 단양팔경으로 유명한데 그 중 으뜸으로 도담삼봉(嶋潭三峰)을 꼽는다. 남한강 상류에 우뚝 솟아있는 3개의 기암으로 이루어진 이 섬은 늠름한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왼쪽은 첩봉(딸봉), 오른쪽은 처봉(아들봉)이 자리하고 있다. 장군봉에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 풍월을 읊던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정한 것도 도담삼봉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전국에 한파가 몰아친 19일, 장군봉 중턱에 세워진 삼도정 정자 위로 아침 해가 오르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 빛이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강조하며 새로운 나라를 꿈꿨던 삼봉 정도전의 뜨거운 삶과 닮았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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