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 축구 강팀을 지칭하는 말인 ‘레바뮌’을‘레바코뮌’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또’ 이겼다. 18일 에스타디오 데 그란 카나리아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라운드 라스 팔마스와의 경기에서 필리페 루이스(31)의 골과 앙투안 그리즈만(25)의 2골로 3-0 승리를 거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로써 승점 47점으로 라리가 1위로 올라섰다. 이웃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만큼의 조명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은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리그 선두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8일 현재 리그에서 오직 8실점만을 하고 있다. 유럽 주요 리그를 통틀어 8실점은 최소 실점으로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의 실점 수치와 같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속해있는 리그에서의 8실점이기에 뮌헨의 8실점보다 의미가 더 커 보인다.
본보는 18일 KBS 축구 해설위원이자 성남FC 선수강화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한준희 해설위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승승장구하는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1 헤르만 부르고스-오스카 오르테가의 ‘시메오네의 사람들’
당장은 펩 과르디올라(45) 감독이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디에고 시메오네(46) 역시 유럽 감독 중 가장 ‘핫’한 감독이다. 한 위원은 시메오네 감독을 “감독의 선수 장악력과 선수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라고 평했다. 한 위원은 또 “그는 4-4-2 포메이션을 가장 잘 구사하는 감독이다. 고전적인 포메이션이라고 알려져 있는 4-4-2 포메이션을 현대적이면서도 견고한 시스템으로 녹여냈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치진 역시 리그 선두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감독 시메오네와 그의 코칭 스태프들은 역할 분담과 조화가 아주 잘 이루어지고 있다. ‘교수(el profesor)’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오스카 오르테가 체력 코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피지컬 코치다. 2020년까지 재계약을 맺은 오르테가 코치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게 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전술의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티아구(35)를 제외하고 부상자 하나 없이 선수단을 운영하게끔 하는 오르테가의 능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핵심적인 힘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 위원은 “세비야가 몬치 단장으로 유명하다면 AT마드리드를 논할 때 오스카 오르테가 코치를 거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헤르만 부르고스 수석코치는 시메오네 감독과 함께 아틀레티코에서 한솥 밥을 먹었던 사람이다. 팀을 하나의 ‘가족’처럼 운영함에 있어서 시메오네 감독과 부르고스 코치, 그리고 오르테가 피지컬 코치의 분담과 조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결2 고딘ㆍ그리즈만을 포함한 두터운 선수층
한 위원은 아틀레티코의 핵심 선수를 2명만 꼽자면 디에고 고딘(30)과 앙투안 그리즈만을 뽑았다. 한 위원은 농구의 클러치 능력(중요한 상황에 골을 넣는 능력)과 같은 능력이 그리즈만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아틀레티코 경기가 1-0 내지 2-1 경기가 많은데, 그리즈만의 골 상당 수는 선제골 내지 결승골이었던 경우가 많다. 클러치능력으로 따지면 그리즈만이 유럽 최상이다”라고 극찬했다. 고딘에게는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월드 베스트 수비수”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코케(24), 얀 오블락(23) 골키퍼 역시 아틀레티코의 위상에 큰 기여를 했다. 라스 팔마스전에서도 오블락은 안정적인 방어로 무실점 경기를 다시 한번 이끌어냈다. 한 위원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공격수들의 요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골키퍼들도 이곳에서 많이 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최정상급 골키퍼인 다비드 데 헤아(26), 티보 쿠르투아(24) 모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출신임을 감안했을 때 신빙성 있는 발언이다.
사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최고 강점은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의 깊이’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위원은 “사실상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보다 1군-2군의 기량 차이가 적다”라고 설명했다. 4-4-2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을 혼용하여 경기를 운영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중앙 자원으로 쓸 수 있는 자원이 무려 7명에 달한다. 가비(33), 코케, 아우구스토(27), 마티아스 크라네비테르(23), 올리베르 토레스(22), 토마스 파티(23), 사울 니게즈(22)가 주인공이다.
비결3 아틀레티코의 수비력의 비결
리그 8실점, 짠물수비에 빛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력에 대해 한 위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수비를 할 때 무작정 많이 뛰는 게 아니라, 질서정연하고 조직적으로 수비한다. 예를 들자면 상대가 위험지역으로 들어오면, 볼이 빠져 나갈 수 없도록 촘촘하게 그물망을 구축하면서 위험하지 않은 지역으로 계속 밀어낸다. 결국 상대로 하여금 의미 없는 볼을 돌리게 만들고 무리한 볼을 투입하게 만든다. 그럼 고딘이 마지막에 영리하게 해결한다.”
또한 한 위원은 “끊임없는 조직적 움직임을 팀 단위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가져간다. 무리한 공격을 이끌어내고 이를 영리하게 끊어내는 것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법이다. 지난 시즌보다 세트플레이 공격은 약해졌지만, 수비는 건재하다. 이는 모두 반복된 훈련과 선수들의 높은 이해도에 기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결4 선수들의 성격, 주요 선수들의 잔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는 소위 ‘판타지 스타’는 없다. 앙투안 그리즈만 같은 경우에는 그의 ‘클러치 능력’ 덕분에 돋보이긴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스타일이다. 한 위원은 2015년 여름 주요 선수들을 팀에 눌러 앉힌 것을 지금의 성공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은 “2015년 초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팀의 재정 상황이 나아졌고, 더불어 코케, 고딘, 그리즈만을 팀에 잔류시킨 점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1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그룹인 ‘완다’그룹은 4,500만 유로를 들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사 들인 바 있다.
한 위원은“이전에는 선수들이 돈을 많이 주면 구단을 떠났다. 페르난도 토레스(32)도 리버풀로 떠났고, 세르히오 아구에로(28) 역시 맨체스터 시티로 떠났다. 그러나 이제 아틀레티코는 돈을 줘도 떠나지 않는 클럽으로 성장했다. 셀링클럽의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완해야 할 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만의 시스템 속에 환타지 스타를 데려오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지금 구사하고 있는 철학과 시스템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은 “그리즈만 외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1,2명만 더 있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위원은 영입보다는 지금 팀에 있는 공격 자원들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루시아노 비에토(23)나 잭슨 마르티네즈가 골을 못 넣고 있다고 해도, 시즌 말미가 되면 어느 정도의 골은 넣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앙헬 코레아(21)의 활약 역시 주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틀레티코가 이번 시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확언을 아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우승의 향방은 이들과의 맞대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글ㆍ그래픽=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과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