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으며 생활이 어려운 독거 할머니를 보살피던 이웃이 “할머니의 후견인이 되도록 해달라”며 낸 청구(본보 2015년 12월 29일자 29면)를 법원이 또 기각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부장 민유숙)는 이모(85)씨와 2013년 12월 임의후견 계약을 맺은 서울 노원구의 반찬가게 주인 황모(53)씨가 “임의후견 감독인을 선임해달라”며 낸 항고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임의후견이란 치매 등으로 판단이 흐려져 일상생활과 자산관리 등이 힘들 때를 대비해 정신이 비교적 온전할 때 자신의 의사로 맺는 후견계약으로, 효력은 법원이 후견인을 감독할 이를 선임해야 발생한다.
황씨는 이씨가 자식에게 구타 당하고 교통사고로 받은 보상금을 빼앗긴 상태에서 파킨슨병으로 거동조차 못하게 되자 임의후견 계약을 맺었다. 이씨를 대신해 임대차계약이나 계좌입출금 등 재산관리를 비롯해 의료행위 동의 등 신상보호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경미한 인지장애 증상까지 보이자, 평소 믿고 의지하던 황씨와의 후견계약을 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 정도 인지장애만으론 일상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2014년 11월 황씨의 청구를 기각했을 때와 동일한 사유였다. 재판부는 20년 이상 관계가 끊긴 자식들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절차를 진행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이씨의 정신감정 요청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나온 결정이라 아쉬움이 남는다”며 “할머니의 상황이 더 악화돼야만 계약 효력이 인정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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