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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상대가 리액션 없는 로봇... 막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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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상대가 리액션 없는 로봇... 막막했어요"

입력
2016.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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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은 18일 “수중 촬영 도중 지네에게 발가락을 물리는 사고도 있었다”며 “지네에 물리면벌에 쏘인 부분을 불로 지지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더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 기자 ssshin@hankookilbo.com
이성민은 18일 “수중 촬영 도중 지네에게 발가락을 물리는 사고도 있었다”며 “지네에 물리면벌에 쏘인 부분을 불로 지지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더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 기자 ssshin@hankookilbo.com

늘상 주인공은 아니다. 조연이라고 하기엔 작품에서 드러나는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이성민(48)은 그런 배우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켜내는 배우, 주인공 같은 조연이다.

그런 그가 일을 냈다. 영화 ‘로봇, 소리’(27일 개봉)에서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 김해관 역으로 영화 첫 주인공으로 나섰다. 18일 오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성민은 어쩐지 겸연쩍어했다. 대뜸 “배우들에게 고맙다”고 하더니 “내가 주인공인데 과연 어떤 배우가 같이 작업한다고 할까 싶은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영화 ‘손님’ ‘빅매치’ ‘군도: 민란의 시대’ ‘변호인’ 등에 출연했지만 각각 류승룡, 이정재, 강동원 하정우에 포스터의 중앙 자리를 내주며 주인공은 아니었다. 2월 3일 개봉하는 영화 ‘검사외전’에서도 황정민 강동원에 이은 주인공 같은 조연이다. 그러니 주인공이라는 자리가 가시방석 같이 느껴지나 보다.

사실 영화계에서 주연 배우는 제작사와 투자사를 끌어오고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런 영화 시장에서 이성민이 느꼈을 부담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로봇, 소리’가 생소한 영화라는 점도 그가 배역을 선뜻 맡기 어려웠을 대목이다. 해관이 우연히 발견한 로봇 ‘소리’와 함께 딸 유주(채수빈)를 찾아 다니는 내용으로, 로봇을 주연급으로 내세운 것은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지만 배우 입장에선 상당한 모험일 수밖에 없다. 이성민은 “(이)희준이가 덥석 한다고 했을 때 정말 고마웠고, (이)하늬도 아무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역할을 맡아줘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이희준은 소리를 찾는 국가정보안보국 요원으로, 이하늬는 항공우주연구원 박사로 출연했다.

영화 ‘로봇, 소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로봇, 소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성민은 어렵사리 도전에 나섰지만 막상 작업에 들어가자 어떻게 해내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새로운 작업이었고 어찌 보면 동물과 하는 작업 같았습니다. 기계와 연기하는 설정이어서 상대에게 리액션을 받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제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로봇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상상하며 연기할 수밖에 없었죠.”

소리의 존재는 영화를 공상과학(SF) 쪽으로 인도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감성을 건드리는 휴먼 로봇의 역할이 크다. 도청뿐만 아니라 상대의 목소리를 통해 위치 추적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리가 유주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순간 ‘로봇, 소리’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전한다. 바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이성민은 그 가운데 딸이 실종되는 아픔을 겪는 아버지로 서있다. 상업영화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대구지하철 사고는 보는 이들도, 연기하는 이들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조심스러웠어요. 혹시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이호재 감독, 배우들과 함께 대구에 내려가서 추모비에 헌화하고 조심스럽게 촬영을 시작했어요. 언론시사회(23일) 전에는 혼자 다녀왔고요. 192명의 희생자를 낸 것도 가슴 아팠지만, 사망자 중 6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걸 보니 더 먹먹하더군요.”

영화 ‘로봇, 소리’의 이성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로봇, 소리’의 이성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절절한 부성애와 로봇 소리의 만남은 그래서 더 따듯하다.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은 소리의 존재는 해관에게 잠시나마 딸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관객들에게는 영화 ‘E.T.’ 속 외계인 E.T. 같기도 하고,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로봇 R2D2 같기도 한 소리의 모습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애잔하게 다가온다. 배우 심은경이 낸 소리의 음성이 그 감정에 힘을 실었다. 실제 중학생 딸을 둔 아빠 이성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더 이상 직장인을 대변하던 tvN 드라마 ‘미생’ 속 오상식 과장이 아니다.

“영화를 찍는 내내 혼자 폭발해서 운 적이 많아요. 원래 가족을 생각하며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딸이 생각나더군요. 딸이 가끔 제 방에 와서 영화 대본을 읽곤 하는데, 재미있으니 입소문 좀 내달라고 했죠.”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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