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째 고급 수제화 만들기 외길
국내 단 2명 보유한 최고 기술
노르베제 제법 완벽하게 구현
맞춤구두 비스포크 서비스 ‘불티’
“구두 신어본 적 없다는 엄홍길씨
만들자마자 편하다고 신고 나가…
장인 노하우 교본에 남기고 싶어”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맞춤 구두를 만들었습니다. 지난달에는 산악인 엄홍길씨를 위한 맞춤 구두를 선물했지요.”
37년째 금강제화에서 고급 수제화를 만들고 있는 양성모(53)씨는 국내 최고의 구두 명장으로 꼽힌다. 1979년 살롱화 업체에 들어가 구두를 닦으며 구두 가죽부터 본드칠, 밑창제작을 배워온 그는 1991년부터 금강제화와 연을 맺었다.
그는 국내에서 구두장인 최고의 기술로 꼽히는 노르베제 제법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이 기술을 가진 장인은 우리나라에서 양씨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전세계적으로도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신발 윗 부분 가죽과 바닥 창을 가죽 끈 두 가닥으로 교차해 가며 꿰매는 노르베제 제법은 오직 사람의 손으로만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덕분에 양씨가 만드는 금강제화 수제화는 ‘불황에는 남성 패션 아이템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업계 속설을 깨고 판매량이 쑥쑥 늘고 있다. 금강제화의 고급 남성 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는 지난해 6만2,000켤레가 팔려 전년(5만5,000켤레)보다 12% 늘었다.
헤리티지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맞춤구두(비스포크) 서비스 역시 매년 자신만의 구두를 찾는 남성들이 늘면서 지난해 100켤레 이상 팔렸다. 비스포크는 시작에서 완성까지 오로지 한 사람만의 취향에 맞춰 만드는 장인정신을 의미한다. 존롭, 벨루티 등 해외 유명 수제화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국내에선 금강제화가 유일하다. 비스포크 서비스를 홀로 전담하는 양씨는 “최고의 숙련공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이라며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스포크 서비스를 신청하면 양씨가 직접 찾아가 발 형태와 사이즈, 발등 높이, 발 볼 둘레 등 15곳의 치수를 재고 평소 구두를 신을 때 불편했던 점과 걷는 습관, 생활 패턴 등을 상담한 후 구두를 제작한다. 양씨는 “발등이 높아 끈 있는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다는 엄 대장의 발 모양을 재고 직접 가봉을 해서 신발을 제작했더니 바로 그날 저녁에 신고 나갔다”며 “한 사람만의 신발을 만들어주는 게 제일 보람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장애인에게 제공한 구두를 잊지 못한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는 손님이 구두를 신어보고 싶다고 왔어요. 운동화도 못 신을 정도로 발등이 유난히 두꺼웠지요. 한 사람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줬더니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기뻤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구두밖에 모르고 한평생을 살았는데 장인 소리를 듣는 게 겸연쩍다는 그는 “구두 제조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어 기술 전수가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마지막 꿈은 30년 넘는 노하우를 담은 구두 교본을 내는 것이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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