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개발 협조자도 추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하루 만에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신규 제재를 카드를 들고 나와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핵무기에 대한 의심은 떨쳤지만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감시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의 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 11곳을 특별제재대상(SDN)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본부를 둔 ‘마부루카 무역’과 이 기업의 소유주인 후세인 포나그쉬밴드 등이 포함됐다. 이 업체는 제3국의 자회사를 통해 탄도미사일의 핵심 부품을 이란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에는 이란인 5명이 추가됐고, 이 중 3명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도운 의혹을 받고 있다. 명단에 오른 이란 군수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의 임원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는 북한 무기회사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의 탄도 미사일 지상 실험에 부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신규 제재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 경제 제재 해제에 따른 해빙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란이 지난해 10월 장거리 유도미사일 ‘에마드’를 시험 발사한 데 이어 11월에도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자 신규 제재를 준비해 왔다.
다만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된 지 하루 만에 신규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이란과의 핵 합의에 따른 제재 해제와 별개로 미사일 발사 등 다른 위협에 대해서는 얼마든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빼 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란 제재 해제에 강력히 반대하는 미국 공화당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호세인 자베리 안사리는 “이번 제재는 미국이 핵협상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신규 제재가 소수 기업과 개인에 국한돼 양국 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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