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하는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이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1960년 제정된 한국출판문화상은 지난 한해 출판된 책 중 저술-학술, 저술-교양, 번역, 편집, 어린이ㆍ청소년 등 5개 부문 우수 도서에 시상한다. 이번에는 저술-교양, 편집 부문에서 공동수상작이 나와 모두 7종의 책 저자, 역자, 출판사 등에 대해 각 500만원(공동수상은 250만원씩)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졌다.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이날 축사에서 “출판인들의 열정, 헌신이 오늘의 출판문화를 지탱해온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우리 출판문화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돌베개)로 저술-학술 부문에 수상한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는 “개인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분기점을 보고 싶었다”며 “공부를 시작한 이래 시대와 역사에 빚진 마음을 일부나마 갚은 기분”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저술-교양 부문을 수상한 ‘노동여지도’(알마)의 저자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은 “묵묵히 자기 일터를 지키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 받고자 싸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저술-교양 부문 공동수상한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의 저자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는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데 많은 이들이 관심 갖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자 평전’(수징난 지음ㆍ역사비평사)으로 번역 부문상을 받은 번역가 김태완씨는 “높은 산과 같은 책이라 많이 헤맸고 끝낸 뒤에도 아쉬움이 많았다”며 “그 노고를 알아준 분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린다”고 말했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에서 ‘대추 한 알’(이야기꽃)로 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유리씨는 “귀한 시에 그림을 그리도록 선뜻 허락해주신 장석주 선생님과 그림책을 처음 알려주신 출판사 대표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편집 부문 수상작인 ‘자기록’(풍양조씨 지음)을 낸 나의시간 출판사 부수영 대표는 “수백 년 전 여성을 ‘열녀라는 화석’이 아닌 주체로서의 기록자로 불러내려는 시도가 통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며 “작지만 당당한 나의 출판의 몫에 충실하겠다”고 결심을 밝혔다. 편집 공동수상작 ‘금요일엔 돌아오렴’(416세월호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지음ㆍ창비)의 수상 소감은 세월호 희생 학생 어머니 최순화씨가 했다. 최씨는 “싸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의 한스러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작가기록단 덕에 이 책이 나왔다”며 “진실 규명에 갈 길이 멀지만 이 책이 징검돌이 돼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세월호, 노동 문제 등 수상작들의 주제를 보면 우리 사회의 문제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며 “우리 사회가 살만한 곳이 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인문학자 김경집씨,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 출판평론가 장은수씨, 서평가 이현우씨 등 심사위원과 이용훈 서울도서관장,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과 수상자 가족ㆍ친지 등이 참석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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