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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삶 자체가 담론… 남은 사람들이 꽃으로 피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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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삶 자체가 담론… 남은 사람들이 꽃으로 피워야"

입력
2016.01.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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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엄수된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영결식에서 한 조문객이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18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엄수된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영결식에서 한 조문객이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신영복 교수의 75년 삶은 하나의 강의이자 담론입니다. 고인은 이제, 그 기나긴 강의를 마치고 계십니다. 시대와 역사, 사람들에게 주신 언약을 우리는 이제 꽃으로 피워야 합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엄수됐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지인,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조사에서 “역사의 한 가운데서 싸운 고인은 깊은 성찰로 고난을 넘어섰고, 절망이 아닌 희망, 단절이 아닌 연대, 분노가 아닌 깨달음을 보여줬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회의장, 윤미연 서울여대 초빙교수, 고민정 KBS 아나운서,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 등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영결식장 벽을 채우자 조문객들의 흐느낌이 깊어졌다. 가수 정태춘씨는 추모곡 ‘떠나가는 배’를 불렀다. 신 교수의 친형 영배씨는 유족을 대표해 “무법적이고 폭압적이던 시기에 홀로 감옥에서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잘 견뎌준 고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고인이 옥방에서 나와 마치 햇빛 쏟아지는 벌판에 홀로 선 듯 낯설어 할 때 길을 안내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성공회대에 따르면 이날까지 빈소에는 모두 7,850여명이 조문했다.

영결식 참석 후 빈소 앞을 지키던 조문객 고석훈(55)씨는 “몇 년 전 신 교수의 외부 초청강의를 들은 이후 그 가르침을 내면화하며 살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삶을 지탱할 힘을 이번 영결식에서 얻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두 아이의 손을 붙잡고 영결식에 참석한 가정주부 이수진(35)씨도 “젊은 시절 고인의 책을 읽고 느꼈던 많은 감정들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서 왔다”며 “아이들이 선생님의 책을 읽을 날이 오면 오늘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 교수의 유해는 영결식 후 경기 고양시 벽제 시립 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장지는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김경준기자 fr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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