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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그물 야구장에서

입력
2016.01.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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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그물 야구장이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배트를 휘둘러 본 게 언제였지. 대뜸 동전을 교환해 철망 안으로 들어갔다. 맨손에 닿는 배트 손잡이가 뜨악한 느낌이었다. 양손으로 쥐고 폼을 잡았으나 왠지 어색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첫 번째 공이 날아왔다. 허우적대며 헛스윙. 양 발이 꼬이며 허리가 주저앉는 느낌이었다. 몇 번쯤 해보면 나아지겠지, 자위했다. 허나 두 번째 공도 헛스윙. 슬슬 열이 올랐다. 공을 주시하고 하체를 힘 있게 버티면서 공이 날아오는 결 따라 가볍게 밀어내듯이 받아쳐야 한다는 기본 원리가 불가해 한 수학 공식처럼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하지만 생각이 많아질수록 몸은 더 뻣뻣해지는 법. 네 번째 공 만에 겨우 빗맞은 파울 타구가 나왔다. 타격 진동으로 손바닥이 얼얼했다. 그렇게 허공에서 춤추듯 하고 내려와 세어보니 정타는 단 두 개. 아무도 보지 않는데 공연히 창피했다. “중심이 제대로 무너졌어요” 하는 익숙한 야구해설자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힘을 한곳에 모으는 건 필요 없는 부위의 힘을 모두 빼야 가능하다. 정작 제때 써야 할 힘은 밖으로 표출되는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안으로 모아 순연하게 잡아당길 때 더 강한 반동력을 갖는 법. 바닥에 흩어진 공을 하나 몰래 주워 가방에 넣었다. 공은 둥글고 작았다. 나는 쓸데없이 크고 뻣뻣했다. 이 당연한 사실이 자못 의미심장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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