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은행들이 바닐라 나무, 염소, 고기잡이용 카누 등을 대출 담보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현재 영토 대부분이 왕이나 부족 소유인만큼 은행들이 땅ㆍ건물 대신 개인 소유의 농작물 등을 담보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레타 카미 통가개발은행 최고경영자(CEO)는 “바닐라 나무는 사업이 망해도 이를 옮겨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담보가 된다”며 “통가 농부 20여명에게 4만5,000달러에 준하는 농작물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데 이미 합의했다”고 말했다.
남태평양 섬나라에선 이미 중장비 등을 대출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당국은 보다 많은 동산(動産)을 대출 담보로 쓰면 택시운전사부터 길거리 노점상까지 많은 이들이 저금리 대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시범 시행될 해당 대출 프로그램의 금리는 연 10% 수준으로 현지 전당포나 소형금융사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 지역은 전 세계 영토의 15%를 차지하지만 은행 대출은 이들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밑돌 정도로 활성화돼 있지 못하다. 호주 동쪽에 위치한 피지도 통가에 이어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1990년대 중반 피지 국영은행이 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다가 파산한 적이 있는데 이런 사태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피지 국영은행은 대출 장부에 담보로 잡힌 동산을 압류하려 했으나 자산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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