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 등 11곳에 대한 신규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신규 특별제재대상(SDN)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대표적인 제재 대상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본부를 둔 ‘마부루카 무역’과 이 기업 소유주인 후세인 포나그쉬밴드로, 탄도미사일 핵심 부품인 탄소섬유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부루카 무역의 중국ㆍUAE 자회사와 더불어 이란인 5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새로 제재대상에 오른 이란인 5명 가운데 3명은 북한과 미사일 개발을 협력한 의혹을 받고 있다.
OFAC에 따르면 2005년 특별제재대상에 지정된 이란의 군수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 임원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직원들과 직접 협력해왔다.
무사비가 속한 SHIG는 북한 KOMID가 액체 추진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SLV)의 지상실험에 쓰이는 밸브, 전자부품, 계측장치를 이란으로 운송하는 작업을 지원했다. SHIG는 이란 항공우주산업기구(AIO)의 자회사이고, AIO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이란 방위ㆍ군병참부(MODAFL)의 산하 기관이다.
무사비와 함께 SHIG의 다른 임원인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 MODAFL 2인자 사예드 메흐디 파라히와 MODAFL 관리인 사예드 모하마드 하셰미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는데 이중 누신과 파라히는 80톤급 로켓 추진체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평양으로 직접 건너가 부품도입 계약 협상을 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한 서방의 대(對)이란제재 해제 및 양국 간 수감자 맞교환 석방 조치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장거리 유도미사일(에마드) 발사가 안보리 결의 1929호에 대한 위반으로 결론났는데도, 또다시 이란이 같은 해 11월 중거리 탄도 미사일(가드로-110) 발사 실험을 강행하자 신규 제재를 준비해 왔다.
미국의 신규 제재는 핵합의에 따라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제재는 해제하되 미사일 등 다른 활동에 대해서는 제재를 유지하고, 또 언제든 추가 제재도 부과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는 또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이란 제재 해제에 강력히 반대하는 정치적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신규 제재가 큰 틀의 핵 관련 제재 해제 및 양국 관계 개선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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