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가 도시미관을 내세워 옥외전광판 이전ㆍ설치를 막다가 19억여원을 배상해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박종택)는 전광판 광고업체 A사가 ‘구(區)의 방침을 내세우며 합법 영업을 장기간 방해했다’며 강남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강남구는 A사에 19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강남구 신논현역 사거리의 한 건물 옥상에서 LED전광판을 운영하던 A사는 2011년 이 건물이 재건축되면서 인근 신사동 건물로 전광판을 옮기려고 강남구에 허가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2007년 옥상간판의 신규 설치를 금지한 구의 ‘옥외광고물 고시’에 따라 이를 불허했다. 2012년 4월까지 옥상간판 허가를 받은 이 전광판은 신규 설치가 아닌데도 구가 이전도 신규 설치로 해석한 것이다.
A사는 ‘해당 고시는 2008년 신규 설치 금지 조항이 빠진 새 고시로 대체됐다’며 감사원에 진정을 넣었다. 감사원은 “2007년 고시는 폐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구에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민선 5기 이후 지속돼온 우리 구 옥상간판 신규 설치 금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민원을 또 반려했다.
이에 A사는 강남구에 전광판 신규 설치 신청서를 냈다가 재차 불허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2013년 6월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단지 신규 설치라는 이유로 허가신청을 불허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 또는 대통령령, 서울시 조례상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2013년 8월 강남구는 “도시미관 훼손과 도시환경 저해가 불가피하다”며 A사의 신청을 다시 불허했다.
그 사이 서울시는 '시내 특정구역의 옥외 광고물 간 거리는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새 고시를 발표해 시행했고, 결국 A사가 추진하던 신사동 전광판 이전 설치는 불가능하게 됐다. 시 정책은 이전 허가된 광고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구가 계속 딴지를 걸지 않았다면 A사는 문제없이 옥외광고를 할 수 있었다. 이에 업체는 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강남구청장이 이 사건을 불허가처분한 것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강남구는 원고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남구가 적시에 전광판 설치 허가를 했다면 업체는 허가기간 3년 만료 시까지 매달 8,500만원의 수입을 거뒀을 것"이라며 이 금액에서 각종 비용과 전광판 신규제작 비용 등을 제외한 19억여원을 A사에 지급하라고 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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