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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빅마켓이 열렸다” 세계 기업들 경제전쟁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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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빅마켓이 열렸다” 세계 기업들 경제전쟁 스타트

입력
2016.0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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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대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된 16일 수도 테헤란 남부에 위치한 대규모 재래시장(그랜드 바자르)이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대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된 16일 수도 테헤란 남부에 위치한 대규모 재래시장(그랜드 바자르)이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란에 부과했던 미국ㆍ유럽연합(EU)의 경제ㆍ금융 제재 가운데 2차 제재가 16일(현지시간) 해제되면서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의 거대 시장을 겨냥한 세계 각국의 ‘경제 대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됐다. 매장량 세계 4위의 원유와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인구 8,000만명의 노동력 및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 이란은 전세계적 경기 둔화에 허덕이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 줄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이 지난해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합의한 핵활동 제한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미국과 EU 등도 각종 경제ㆍ금융 제제를 즉각 해제했다.

이에 이란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금지됐던 원유ㆍ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또 에너지 분야에 대한 외국의 투자가 허용되며 해운, 조선, 항만 분야와 자동차, 알루미늄ㆍ철강 거래에 대한 제재도 풀렸다. 해외에 동결됐던 원유 판매 대금 등 이란의 자산을 되찾을 수 있게 됐고 이란중앙은행을 포함한 이란 내 금융기관이 외국과 자금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인과 미국기업이 이란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한 1차 제재는 해제되지 않아 미국 재무부 허가를 받아야 거래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새롭게 등장한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란은 인구의 약 60%(2010년 기준)가 30세 이하이며 매년 약 75만명의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등 생산가능인구가 전체의 71%에 이른다. 특히 젊은이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자동차,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낙후된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한 석유화학, 건설, 플랜트 부문, 수년간 공급 차질을 빚었던 각종 소비재와 의약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는 이란과 연간 무역액을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2조1,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는 이란의 철도를 전기화하고 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석유회사 루코일이 이란 측과 가스 및 원유의 생산, 저장, 운송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국 중국도 적극적이다. 장밍 외교부 부부장은 최근 테헤란을 방문해 “제조업과 기반시설 건설 부문에서 협력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의 토탈, 이탈리아의 ENI, 독일의 지멘스 등도 이란과 협력 계약을 체결해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1분기 안에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경제 협력을 서두르기로 했다. 정부는 가전,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을 확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 제철소ㆍ병원 건립 등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시장 선점을 위해 7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합동브리핑에서 올해 대 이란 수출 규모가 역대 가장 많았던 2012년 62억5,700만달러(7조6,022억원)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수혜를 기대하는 곳은 원유 수입을 다변화 할 수 있는 정유업계와 대규모 공사 수주가 예상되는 건설업계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데 경제 제재 때문에 수입량이 매년 줄어 3년만에 반토막(2011년 1,240만톤→2014년 620만)났다.

건설업계는 이란에서 앞으로 1,300억~1,450억달러 규모의 가스ㆍ정유 플랜트 공사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발빠르게 현지 대응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이란 테헤란에 지사를 열고 2명의 직원을 파견했고, 대우건설은 현재 테헤란 지사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GS건설과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 역시 적극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2010년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 적용을 받아 전년도에 13억9,000만달러 짜리 대형 플랜트 공사를 따내고도 전부 포기했다”며 “제재가 풀렸으니 해당 사업을 재추진하고 다른 사업 수주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기업들도 같은 기대를 갖고 있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힘든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문제는 이란의 교역 선호국에서 우리가 중국보다 뒤처지는 점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달 자동차, 자동차부품, 가전, 의료기기, 석유화학 분야의 이란 기업 521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교역 상대로 EU(221개사)가 가장 많았고 바로 다음이 중국(166개사)이다. 세 번째인 한국(81개사)은 일본(32개사), 터키(15개사)보다 앞서지만 중국에 비하면 선호도가 절반 이하다.

일각에서는 이란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유가가 너무 낮아서 이란이 각종 건설 프로젝트를 기대만큼 진행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20억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고, 카타르는 85억 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 콤플렉스 프로젝트 발주를 연기했다.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장은 “중동의 오일머니 원천은 기름에서 나온다”며 “저유가로 실탄이 없는 상황이어서 개발 투자여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외 미국의 1차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아 우리 기업들이 달러화 거래를 하기 힘든 점도 한계다. 그만큼 유로화나 원화, 엔화 결제 등을 늘려야 하는데 달러 강세 시대에 달러만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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