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입구. 스티로폼 상자와 비어있는 18ℓ짜리 식용유 통, 컵라면 용기, 탄산음료 페트병, 우유팩 등이 생활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뒤섞여 작은 산을 이뤘다.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전날 오후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었던 게 무색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새해부터 시작된 ‘쓰레기 대란’이 보름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남동구는 올해부터 민간이 주 2회 하던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수거횟수를 주 5회로 늘리고 종량제 봉투 판매소도 직영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쓰레기가 방치되는 것을 막고 재활용쓰레기 처리 비용(지난해 기준 약 18억8,000만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쓰레기 수거 요일과 횟수가 동별로 달라 생기는 주민 불편 등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청소행정 개편작업은 부작용만 낳았다.
쓰레기 처리 외에도 올해부터 불법 주정차 단속과 공원 관리 업무까지 떠맡은 동 주민센터는 과도한 업무량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남동구는 최근에야 쓰레기 처리 업무를 위한 계약직 인력 44명을 19개 동 주민센터와 남동공단사업소에 배치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은 현재까지도 절반만 확보돼 다른 업무에 써야 할 차량이 쓰레기 수거에 투입되는 형편이다. 자연스레 쓰레기 수거는 지연됐고 행정 공백 우려까지 제기됐다.
남동구가 동 주민센터 등에 1곳당 2,200만원씩을 배정해 쓰레기 수거차량을 구입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장석현 남동구청장의 전 비서실장 A씨가 동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차량을 특정인에게 구입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A씨는 남동구의회 의장 등과 도박을 하다 경찰에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남동구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다 보니 차량 배치 등을 아직 마치지 못했다”며 “아무래도 쓰레기 수거 인력도 지난 화요일(12일)에 배치되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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