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당 입법위원 선거서도 압도
국민당 사상 처음 1당지위 상실
“드디어 대만에 희망이 생겼다.”
17일 타이베이(臺北)시에서 만난 50대의 황(黃)모씨는 전날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이 당선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당은 중국에만 의존, 민주주의 사회인 대만의 정체성을 잃었다”며 “차이 당선자가 대내적으로는 국민들과 소통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외에 다른 나라들과도 관계를 강화, 대만의 새로운 미래를 열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16일 대만 선거는 한 마디로 국민당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사상 최저(66.3%)의 투표율 속에서 차이 후보가 56.1%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반면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후보는 31.0%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쳐 무려 308만표나 차이가 났다. 이는 대만 역대 총통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다. 4년 전 차이잉원이 현 총통인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에게 불과 80만표 차로 석패한 것을 감안하면 국민당에게는 치욕이나 다름없다.
참담한 결과는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 더욱 분명했다. 총 113석 가운데 민진당은 68석을 차지한 반면 국민당은 35석을 얻는데 그쳤다. 2012년과 비교하면 민진당은 28석이 늘어난 데 비해 국민당은 29석이나 감소했다. 국민당이 국회 다수당 지위를 잃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민진당은 총통에 이어 국회 다수 의석(60.2%)까지 확보, 강력한 정국 주도권을 갖게 됐다.
고질적인 지역 구도가 깨진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만은 전통적으로 북부는 국민당, 남부는 민진당이 강세를 보였다. 외성인(外省人·1949년 이후의 한족 이주자)이 많은 타이베이(台北)와 신베이(新北) 등은 국민당의 아성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두 곳에서 모두 차이 후보가 주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지역 구분 없이 국민당에 대한 반감이 컸다는 얘기다.
젊은층의 분노가 표로 집결된 것도 주목된다. 2014년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추진에 반대해 입법원(국회)을 점거한 대학생들의 ‘해바라기 운동’에서 출발한 신생정당 ‘시대역량’은 돌풍을 일으키며 입법위원 5석을 확보했다.
첫 여성 총통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16일 밤 차이잉원의 당선이 확정되자 타이베이 시민 10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나팔을 불면서 차이잉원의 애칭 ‘샤오잉’(小英)을 외쳤다. 민진당사 앞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지지자 3만여 명이 밤새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전 세계에서 온 기자들도 북적거렸다. 당사 주변에선 축하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일부 지자자들은 ‘대만 독립’ 표어를 들고 활보하기도 했다.
타이베이=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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