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인간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시인에게는 천국의 풍경이 이 세계와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했나 봅니다. 이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고 피로한 몸을 긴 의자 한 편에 기대어 졸며 목적지까지 실려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천국에도 의자가 있고 피로가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곳에 정말 의자가 있을까요? 종일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점원들 뒤에는 의자가 없습니다. 설령 의자가 있다 해도 앉을 시간을 주지 않으니 의자가 아니죠. 천국에도 피로가 있을까요? 사랑을 나눈 뒤의 피로 말고 꿈속에서도 증오하고 싸우는 이들의 피로 같은 것 말이에요. 천사의 눈송이 같은 귀는 시인의 열뜬 입김에 이미 녹아버려 질문을 들을 수 없으니, 시인은 자신에게 묻습니다. 인간을 사랑하느냐고……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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