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가르침이 단지 마음의 허영에 머물지 않고, 머리와 가슴, 손과 발로 번져 내 삶을 변화시키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공회대는 17일 고인을 기리려는 조문 인파로 종일 붐볐다. 성공회대 정문부터 빈소가 있는 성미가엘 성당까지 100여m 길에는 ‘신영복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등의 추모 글귀들이 빼곡히 내걸렸다.
조문객들은 생전 ‘사람’과 ‘조화로움’을 늘 마음 속에 큰 가치로 뒀던 신 교수를 기억했다. 고인의 고교ㆍ대학 후배라는 정종순(73) KCC사외이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로맨티시스트’로 고인을 평하고 싶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단절하고 대립하는 것을 염려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추억했다.
추모객들은 빈소 옆 건물에 마련된 10여평 남짓의 ‘추모전시관’에서 고인의 삶의 자취를 더듬기도 했다. 전시관 한 켠에는 ‘신영복의 엽서’등 고인이 남긴 15권의 저서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독자 고모(52)씨는 “감옥에서 20년을 지내며 이토록 훌륭한 글을 남기셨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등에 이어 이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빈소를 찾는 등 이틀 동안 수 천명이 조문했다. 장례식은 18일 오전 11시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회를 맡고, 가수 정태춘씨가 추모곡을 부른다. 화장 후 유해를 성공회대 교정에 있는 나무에 뿌릴 예정이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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