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응답 시리즈'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이 16일 막을 내렸다.
▲ tvN '응답하라 1988'
진한 가족애와 뜨거운 우정을 담아낸 응팔은 1988년의 향수를 자극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80년대 추억팔이에 주목한 유통업계는 응팔을 이용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강력한 소비주체인 중년층이 드라마에 공감하면서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기업들은 치열한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소비자들은 뜨거운 구매열로 '응답'했다.
식음료업계는 포장과 로고를 그대로 재현한 한정판을 내놨고 백화점과 의류업계도 저마다 복고(retro) 마케팅의 활용에 나섰다.
■ 식음료업계, 옛날 포장 입고 매출 날개 달았다
응팔의 간접광고(PPL)에 참여한 롯데제과는 응팔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 롯데제과에서 출시한 tvN '응답하라 1988' PPL제품들 (사진제공=롯데제과)
'가나초콜릿' '월드콘' '빼빼로' 등 1988년 당시 팔리던 제품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 나름의 역할을 하며 제품에 대한 호감을 상승시킨 것이다. 덕선(혜리)이 선우(고경표)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가나초콜릿을 주는 장면이나 퇴근하고 돌아온 성동일(성동일)이 자신을 기다리는 덕선과 노을(최성원)에게 월드콘을 사주는 장면이 그 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드라마가 첫 방송된 지난해 11월 6일을 기준으로 전후 각각 6주간씩의 매출액을 비교한 결과, 방송 후 실적이 방송 전에 비해 평균 12% 이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75년 출시된 가나초콜릿은 방송 후 6주간의 매출이 방송 전 6주간에 비해 주간 평균 실적이 40% 이상 증가했다. 또 치토스는 24%, 스카치캔디는 18%, 빠다코코낫은 11% 상승하는 등 PPL에 참여한 대부분의 제품들이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 롯데제과 '가나초콜릿' 광고
한편 관련 제품에 대한 구입 문의가 이어지자 롯데제과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대형 할인점과 유통점, 편의점에서 드라마 속 1980년대 제품을 그대로 재현한 '응답하라 1988' 추억의 과자 판매전을 전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고 덕선의 꿈속에 가나초콜릿 TV 광고를 등장시키고 실제로 혜리를 가나초콜릿 모델로 당시 광고와 비슷한 콘셉트의 CF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안성근 롯데제과 홍보과장은 "불황일수록 과거에 대한 향수가 먹거리에 잘 투영된다"며 "새로운 맛에 대한 도전보다는 과거에 즐겨먹던 추억의 먹거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마케팅 성공의 원인을 분석했다. 롯데제과는 응팔에 출연한 과자로 구성한 선물세트의 인기가 좋아 구정 이후에도 계속 판매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80년대 말 주력 맥주였던 크라운맥주를 단종된 지 22년 만에 한정판으로 지난해 10월 재출시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당시 상징이었던 왕관 디자인을 패키지에 재현해 겉모양뿐 아니라 맛까지 최대한 똑같이 만들어 출시된지 보름 만에 24만캔이 모두 팔렸다.
▲ 하이트진로 '크라운맥주'
롯데네슬레는 1980년대 인기를 모았던 인스턴트커피 브랜드 '테이스터스 초이스'의 맛을 재현한 '테이스터스 초이스 레트로 1988' 한정판을 출시했다. 롯데네슬레 측에 따르면 테이스터스 초이스 레트로 1988은 당시 판매되던 제품과 동일한 맛을 살리기 위해 과거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다. 100g 용량 파우치 가격도 80년대와 비슷하게 개당 3,900원으로 책정했다.
▲ 롯데네슬레코리아 테이스터스 초이스 레트로 1988 (사진제공=롯데네슬레코리아)
■ 백화점·의류업계, 80년대로의 회귀
백화점들도 저마다 앞다퉈 복고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말 '백투(Back to) 1980'이란 주제로 개점행사를 열었다. 촌스러운 빨간색 정장을 입은 엘리베이터 안내양을 배치하는 등 80년대 분위기로 매장을 꾸몄고, 당시 쓰던 공작새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과 카탈로그를 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행사기간 동안 매출이 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10일부터 3월 말까지 영국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를 주제로 복고 마케팅을 진행한다. 똑같은 줄무늬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 속에서 주인공 월리를 찾는 이 책은 1980년대 말 큰 인기를 끌었다. 백화점 매장에 돌아다니는 월리 복장의 직원을 찾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곳곳에 숨겨져 있는 월리 인형을 찾아 행사데스크에 가져가면 선물을 준다.
의류업계도 복고열풍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맨 '페이크 목폴라 옐로우'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맨 '페이크 목폴라 레드'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촌스럽기만 했던 80년대 패션이 응팔의 인기와 맞물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룡(이동휘)이 입고 나온 일명 '공갈 목폴라'는 패션업계의 대표 마케팅 품목으로 우뚝 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맨에서 제작한 페이크 목폴라와 맨투맨 티셔츠 등 초판물량은 2개월 만에 모두 팔렸다.
▲ tvN '응답하라 1988'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여기에 덕선이 입고 나온 떡볶이 코트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옥션이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복고 관련 상품의 구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80년대 인기 패션인 '떡볶이 코트'의 경우 40대 소비자들의 구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5%나 증가했다. 남성용 롱코트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고, 보라(류혜영)가 입은 여성 통 와이드바지의 판매량은 16% 증가했다.
추억의 놀이도 인기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달(12월15일~1월14일)동안 부루마블과 인생게임은 전달 대비 판매신장률이 138%에 달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마이마이(소형 카세트 플레이어)의 영향으로 공테이프나 기타 용품들도 같은 기간 31%나 판매가 늘었다. 바둑·장기·체스 용품도 25%, 큐브와 소마큐브도 각각 24% 판매가 증가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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