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곰' 데이비드 사이먼(서울 SKㆍ203㎝)이 화려한 '여우' 안드레 에밋(전주 KCCㆍ191㎝)과 자존심 싸움에서 웃었다.
사이먼은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KCC 프로농구 정규시즌 KCC와 홈 경기에서 35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하며 팀의 92-86 승리를 이끌었다. 35점은 이버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에밋 역시 시즌 최다인 41점(6리바운드 4어시스트)으로 고군분투했지만 동료들의 지원 사격이 부족했다. 이로써 8위 SK는 3연패를 끊고 시즌 성적 15승26패로 6강 플레이오프를 위한 실낱 같은 희망을 살렸다. 반면 KCC는 24승18패로 4강 직행 티켓을 거머쥐는 2위 고양 오리온과 격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사이먼은 자신보다 18㎝나 큰 KCC 하승진(7점 5리바운드)을 상대로 골밑 대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힘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공격에서는 하승진의 느린 스피드를 감안해 미들 라인에서 잇달아 중거리 슛을 꽂았다. 3쿼터 막판에는 드와릭 스펜서의 발목 부상으로 4쿼터에 풀타임 가깝게 뛰어야 했지만 지친 기색은 없었다.
사이먼은 팀이 81-74로 앞선 경기 종료 2분18초 전에는 안으로 파고드는 김선형에게 어시스트를 했고, 83-77로 리드한 종료 1분37초를 남기고 김성현의 3점슛이 빗나가자 공중에서 그대로 잡아 팁인 슛을 넣었다. 이 한 방으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KBL 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는 에밋은 이날도 어김 없이 폭발적인 득점 감각을 뽐냈지만 3쿼터부터 돌파는 철저히 차단하려고 했던 SK의 수비 벽에 고전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사이먼이 출발부터 순조로운 컨디션을 발휘해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었다"며 "홈 5연전을 하고 있는데 두 번째 경기에서 3연패를 끊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상으로 빠진 스펜서의 상태에 대해서는 "발바닥까지 부어있었다"면서 "2~3주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은 심각한 부상"이라고 아쉬워했다. 추승균 KCC 감독은 "사이먼 수비가 전혀 안 됐다"고 패인을 꼽았다. 사이먼은 "그 동안 아쉽게 진 경기가 많았는데 힘든 경기를 이겨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임민환 기자.
잠실=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