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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하는 이웃에 농약 주입 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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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하는 이웃에 농약 주입 두유

입력
2016.01.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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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두유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동네 가게에서 두유를 사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부여경찰서 제공
농약두유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동네 가게에서 두유를 사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부여경찰서 제공

충남 부여에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흡사한‘농약 두유 사건’ 발생했다.

부여경찰서는 자신을 비료 도둑이라고 험담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웃에게 농약을 주입한 두유를 건넨 혐의(살인미수)로 김모(75)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21일 마을 가게에서 두유 1상자를 구입한 뒤 집에 있던 가축용 주사기로 두유에 농약을 주입해 이웃에 사는 최모(55)씨의 집 앞에 가져다 놓아 주민 3명이 마시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최씨는 집 앞에 있는 두유를 ‘누군가 나에게 사줬다’고 생각해 22일 집으로 가져간 뒤 다음날인 23일 아들(당시 7세)에게 먹였다. 두유를 먹은 아들은 어지럼증과 복통 등을 호소하다 정신을 잃어 일주일 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최씨는 병원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들도 간질 증세를 보인 것 같다는 소견에 특별한 의심 없이 두유를 보관했다. 그리고 최씨는 지난 11일 마을에 일하러 온 포크레인 기사에게 두유를 건넸고, 다음날인 12일 목이 마르다는 마을 이장(56)과 부녀회장(48)에게 포크레인 기사가 이 두유를 건넨 것이다. 두유를 마신 이장과 부녀회장은 최씨의 아들과 같은 증세를 보이다 의식을 잃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장 등 주민은 이 때까지만 해도 두유가 상한 것으로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두유의 성분 분석결과 고독성 농약 성분이 발견되자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음료의 유통경로를 추적해 최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김씨가 이 음료 1상자를 구입한 사실을 알아냈다.

김씨는 처음에 구입 사실 등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상점에서 음료를 사는 김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들이밀자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김씨가 1상자 16개의 두유 중 5~6개에만 농약을 넣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용된 농약은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당시 사용된 고독성 농약과 같은 성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냄새도 색도 없어 병원 치료 때 농약 중독일 것이라는 판단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해당 두유의 농약 함량 조사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나이가 20살이나 어린 최씨가 농업용 비료를 내가 훔친 것 같다고 말하는 등 험담을 해 ‘최씨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나이가 들고 몸도 많이 아파 힘으로는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 농약을 넣은 두유를 최씨 집 앞에 가져다 놓았다’고 말했다”며 “김씨와 최씨는 수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다 이번 일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김씨의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김씨는 경찰에 체포될 당시 폐에 물이 차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김씨는 과거 직장암 수술을 받았으며, 폐렴과 당뇨, 고혈압, 전립선 질환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병원 치료 중인 김씨의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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