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임금체불 급증 부작용 발생
영세업체ㆍ복잡한 하도급 관계 등 원인
“임금을 못 받았다. 돈을 달라.”
지난 15일 제주 제주시 도남동 모 빌라 신축공사 현장. 공사 중인 빌라 건물 외벽에 설치된 4층 높이의 철제 구조물에 강모(46)씨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119구조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닥에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시작된 농성은 오후 4시30분에 끝났지만 10시간 가까이 철제 구조물에 매달려 있던 강씨는 결국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수년 전부터 불어 닥친 부동산 광풍과 함께 매달 평균 1,000여명에 이르는 이주민들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주택수요가 크게 늘어 도내 주택건설시장은 호황을 맞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갑자기 늘어난 일거리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임금체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의 한숨도 늘어만 가고 있다.
17일 광주지방노동청 제주지청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도내 건설현장에서의 임금체불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임금체불 대상 인원은 2013년 664명, 2014년 737명, 2015년 916명 등이다. 임금체불액도 2013년 약 22억원, 2014년 약 19억원, 2015년 약 24억원 등 매년 수백 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다.
이처럼 임금체불이 늘어나는 것은 급증한 주택수요로 짓기만 하면 돈이 되는 주택건설시장에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까지 너나없이 뛰어들고 있고, 복잡한 원도급과 하청업체간 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건설업계 내부의 지적이다.
한편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건축허가 건수 및 면적은 1만2,302건에 387만1,776㎡로, 전년도 7,950건 346만6,668㎡오 비교해 건수로는 54.7%, 면적은 11.7%가 각각 증가했다. 이 중 주거용 건축물은 8,179건 197만9,927㎡로, 전년도 4,094건 104만9,264㎡에 비해 건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면적도 89.6% 급증하는 등 지난해 제주지역 건설경기 상승세를 주도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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