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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없어도… 서울시향 말러 6번 연주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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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없어도… 서울시향 말러 6번 연주 합격점

입력
2016.01.1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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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명훈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최수열 부지휘자는 자신만의 개성적인 해석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서울시향 제공
16일 정명훈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최수열 부지휘자는 자신만의 개성적인 해석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서울시향 제공

80여분의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 최수열의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5초간 정적 후 객석에서 ‘브라보’란 환성이 터졌고 활짝 웃으며 땀을 닦는 그와 단원들에게 관객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거장들도 줄줄이 난색을 표했던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연주가 합격점을 받는 순간이었다.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두 번째 정기연주회는 정명훈도, 그를 대신할 세계적 지휘자도 빠져 서울시향의 실질적인 ‘홀로서기’ 시험대로 꼽혔다. 지난 9일 첫 정기연주회는 독일 출신의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투입돼 일 년에 수차례씩 세계적 거장과 협연했던 시향의 기존 공연과 다르지 않았었다. 올 상반기 서울시향의 최대 이벤트로 꼽힌 16,17일 정기공연은 말러 교향곡 6번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연주로 서울시향은 세계적 지휘자를 섭외했지만 연주곡 변경을 요구해 최수열 부지휘자로 최종 낙점했다. 정명훈 사임 후 악장 사임 의사를 밝힌 스베틀린 루세브를 대신해 부악장 신아라가 악장을 맡았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6번 ‘비극적’은 말러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관현악 기법을 담고 있어 ‘인생의 작품’으로 꼽힌다. 장중한 더블베이스를 배경으로 중독성 강한 현악 선율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역량에 따라 천양지차로 해석될 뿐만 아니라, 관객 취향에 따라 그 해석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다. 지난해 3월 ‘말러 스페셜리스트’ 구스타보 두다멜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서 상당수 전문가들이 말러 교향곡 6번 연주를 혹평한 사실은 이 작품 연주가 얼마나 까다로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6일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한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서울시향 제공
16일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한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서울시향 제공

비장한 더블베이스 연주로 시작한 행진곡풍의 1악장은 불안했다. 교향곡 전체의 선율을 중요시하는 정명훈과 달리 각 악기군별 앙상블을 강조한 최수열의 지휘는 초반 연주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끊어져 들리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1악장 후반 말러의 아내 알마를 나타내는 선율이 강조되며 분위기를 살렸다. 1,2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마주보게 배치하는 유럽식 편성을 택해 말러 후기작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비올라 소리가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전통적으로 강한 현악기군과 객원 수석주자로 참여한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다비드 게리에의 맹활약에 힘입어 시간이 갈수록 연주에 힘이 실렸다. 빠르고 격렬한 2악장과 목가적인 분위기의 3악장이 때때로 순서를 바꿔 연주되기도 하는데, 이번 연주에서는 2악장 스케르초 3악장 안단테 모데라토 순서로 연주해 4악장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끌어 내는데 토대 역할을 했다. 2악장부터 본궤도에 오른 연주는 3악장으로 이어지며 목가적인 분위기와 비애가 교차했다.

압권은 한 곡 안에 교향곡의 모든 형식을 다 담고 있는 4악장 연주였다. 3악장 연주 후 곧바로 이어진 4악장에서 최수열은 거침없는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단원들은 말러 특유의 다채로운 음색의 향연을 펼쳤다. 얼핏 주 선율 없이 음색의 향연만 파편적으로 펼칠 수 있는 이 악장에서 단원들은 혼신을 힘을 다해 영웅의 투쟁을 표현했고, 단두대를 은유한 나무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영웅의 희비극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연주 시간만 30분 이상 걸리는 4악장의 긴장감 놓치지 않고 일관된 흐름을 보여줬다. 단원들의 정신력이 연주를 지탱하는 측면이 강했고 객원 트럼펫 수석의 놀라운 기량도 볼거리였다”며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자신만의 해석이 있는 지휘였다. 공연에 대한 부담감을 컸을 텐데 잘 극복했다”고 평했다. 송현민 음악칼럼니스트 역시 “정명훈 지휘자와 달리 최수열은 오케스트라 앙상블 파트가 갖는 색깔을 솔직하게 사용한 야생적인 연주였다”고 평했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을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을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1부의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협연 역시 모차르트 음악의 핵심을 잘 짚어낸 수연이었다. 밝고 가벼운 타건의 김다솔은 2악장에서 왼손과 오른손 성부 음색을 달리해 모차르트 특유의 우수와 신비로움을 표현했다. 혼신을 다한 연주에 2,132석 관객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최수열 부지휘자는 공연 후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몸담은 조직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다른 때보다 큰 책임감과 소속감으로 임했다”며 “말러 6번은 지휘자나 악단에 큰 산과 같은 어려운 작품임에도 단원, 스태프들과 함께 잘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 6번 공연은 1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서울시향은 조만간 대표이사 자문기구인 ‘지휘자 발굴 위원회’를 구성해 정명훈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루세브를 비롯해 정 전 감독과 인연으로 합류한 단원들 재계약도 계속 협의 중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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