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제2금융권 대출 상품이 여전히 고금리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서민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강조하고 제2금융권 업체들도 나름대로 보조를 맞추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대출을 받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좀처럼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선보인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접속하면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도 각 업체 홈페이지 등에서 대출금리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 곳의 사이트에서 은행·캐피탈·저축은행의 금리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17일 ‘금융상품 한눈에’에 등록된 34개 저축은행 일반신용대출 상품의 전 등급 평균 연간 금리는 24.29%에 달했다.
‘일반 신용등급’으로 분류되는 5등급 대상 금리 역시 평균 23.72%였다.
업체별로는 고려저축은행의 전등급 평균 금리가 30.8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아주저축은행(30.58%), OSB저축은행(30.50%), 모아 저축은행(30.25%), 예가람 저축은행(29.80%)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SBI저축은행이 직장인 대상 평균 금리 연 9.9%의 중금리 대출 ‘사이다’를 출시하는 등 일부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시장 공략에 나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이 압도적으로 많이 이뤄지는 셈이다.
캐피탈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상품 한눈에’에 등록된 11개 캐피탈사의 일반신용대출 전등급 평균 연간 금리는 21.64%로 나타났다.
‘일반 신용등급’으로 분류되는 5등급 고객 대상 금리를 살펴봐도 평균 금리는 21.90%에 달했다.
업체별 전등급 평균금리는 오케이아프로캐피탈이 28.12%로 가장 높았으며, 현대캐피탈(23.34%), 제이티캐피탈(22.50%), 하나캐피탈(22.46%), 롯데캐피탈(21.6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들이 10%대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저축은행·캐피탈사를 통틀어 IBK저축은행(15.51%), KB저축은행(18.23%), 신한저축은행(18.39%) 등 3곳뿐이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정부가 중금리 대출 확대를 강조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경쟁이 격화하면서 업체들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출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업체들에게 단순히 금리를 내리라고 주문만 해서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는 요원할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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