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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마법사, 환하고 공평한 세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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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마법사, 환하고 공평한 세상을 꿈꾸다

입력
2016.01.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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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발전으로 직류의 에디슨에 승리

사업적으론 성공 못해 말년에 궁핍

세상 떠난 후 무선통신 개발자 인정

전기차 브랜드로 이름 다시 알려져

지난 20세기에 이 세상을 떠났다가 21세기에 다시 살아나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와이어드지(誌)는 자신들의 수호성인으로 맥클루언을 살려내었고, 테슬라 자동차는‘빛의 마법사’테슬라를 되살려놓았다. 전기자동차는 에너지와 정보, 자동차를 결합한 우리 시대 최고의 혁신물로 부각되고 있다. 혁신기술의 상징인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브랜드 이름으로 되살아난 니콜라 테슬라(1856~1943)는 누구인가?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가솔린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이용하여 달린다. 세르비아 출신 미국 과학자 테슬라는 19세기에 교류 전기모터를 발명하였다. 테슬라 자동차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전기시대의 최고의 혁신가이자 발명가였던 테슬라의 꿈을 자신의 자동차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19세기 말에 이루어진 전기의 발명은 산업발전사와 기술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증기기관의 발명에 의한 물질생산의 일대 변혁에 버금가는 전기혁명은 정보혁명에 초석을 놓았다는 의미에서 인류 역사에서 ‘규정적인 기술’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맥클루언은 19세기 말, 혹은 20세기에 이르는 ‘규정적 기술’인 전기 발명을 기준으로 ‘전기 이전 시대’와 ‘전기 이후 시대’로 인간사회의 역사를 구분하기도 했다. 19세기 말에 전기를 전자와 결합하여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전자의 움직임을 통해서 전파를 만들고, 전파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을 발명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전기가 단지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전기가 갖는 두 가지 특성인 에너지계열과 신호계열이 처음에는 에너지혁명으로, 그 다음에는 신호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전기혁명은 인류 역사발전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테슬라와 에디슨의 전류전쟁

19세기 후반 1차 산업혁명를 거친 미국은 전기혁명이라는 2차 산업혁명 시기로 숨가쁘게 넘어가고 있었다. 각종 발명이 이루어지고 특허 획득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1884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테슬라는 에디슨 회사에서 일하면서 그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그의 회사에 잠시 취업했을 때 에디슨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그와 결별했다.

그 후 1890년대에 에디슨과 테슬라 사이에 유명한 전류전쟁이 벌어졌다. 에디슨은 뉴욕에 직류발전소를 건설하여 도시 아크등을 비롯해 초기 전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테슬라는 교류 발전을 통해 광범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생각했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공급되는 값비싼 직류 시스템과 널리 퍼진 지역에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전류를 전달하는 교류 시스템 간의 전류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직류와 교류는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차이가 있었다. 결국 이 전쟁은 에디슨의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를 밝힐 전기로 교류발전 방식이 채택됨으로써 테슬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19세기 말 에디슨과 테슬라 사이에서 벌어진 전류전쟁을 통해 소수의 전기 이용이라는 닫힌 체제가 다수의 전기 이용이라는 열린 체제로 변모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에디슨에 밀린 비운의 천재 과학기술자

테슬라는 흔히 에디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천재 과학기술자로 평가된다. 테슬라는 전기와 관련된 혁신적인 기술을 많이 발명했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과학기술자였고, 에디슨은 연구소를 만들어서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업가이자 발명가였다. 테슬라는 에디슨과는 아주 다른 개성과 특징을 보여주던 전기의 마법사였다. 에디슨의 꿈은 자신의 회사를 성장시켜 거부가 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에디슨은 ‘발명왕’이었다. 그는 실제로 1000여개의 특허를 출원하였다. 에디슨보다 9년 늦은 1856년에 태어난 니콜라 테슬라는 “성공은 열심히 노력하며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거나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라는 귀에 익은 에디슨의 명언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고 기다렸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99%의 영감과 1%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천재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테슬라의 꿈은 “지구를 굶주림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곳곳에서 서로 통신을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다른 행성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소통하는 것”이었다. 에디슨과 테슬라 모두 “돈은 내게 별 게 아니다. 나는 발명에 그것을 쏟아 붓는다”고 공언하였지만 에디슨은 거부가 되었고 테슬라는 항상 자금부족에 시달렸으며 말년에는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세기 말 전기는 빛과 열을 만드는 동시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디슨은 빛과 열을 내는 백열등을 만들었고, 마르코니는 무선 전신을 발명하였다. 교류모터와 교류발전을 통해 주가를 올렸던 테슬라는 구리 전선 없이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매달렸다. 테슬라는 전신장치처럼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술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그는 땅 속을 통해 전달하는 전류에 호기심을 가졌고 그가 구상하는 회로에 지구를 포함하는 데 사로잡혔다. 이후 열과 에너지는 구리 전선 없이 전달할 수 없지만 신호 계열인 전파는 전달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평등과 자유, 인류의 복지를 꿈꾸며

‘기술을 혁신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과학자나 기업가 모두에게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애플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 준 스티브 잡스, 전기차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일론 머스크, 그리고 과학기술자였던 테슬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꿈과 환상을 기술혁신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언론과 이벤트를 활용하여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테슬라는 발명과 제품을 포장하여 대중이나 소비자에게 적당한 환상을 심어주는 능력을 지녔다. 그를 위해 쇼맨십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았고 그를 연기하고 실천하는 연기기술도 뛰어났다. 그는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처럼 훌륭한 아이디어를 찾아내서 그것을 개발해내는 일에 집중했고 자신이 구상하는 인공물의 완벽성과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들 간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테슬라가 사업에 성공하거나 큰돈을 벌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나는 에디슨을 가장 위대한 롤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이름은 테슬라이지만 사실 나는 테슬라보다 에디슨의 팬입니다. 에디슨은 자신의 발명품을 시장에 내놓아 세상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했지만 테슬라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그러나 테슬라는 위대한 인물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이 말 속에 테슬라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가가 들어있다.

어린 시절 고양이 등을 문지를 때 보았던 정전기의 빛과 탁탁거리던 소리는 테슬라가 지녔던 전기에 대한 원초체험이기도 했다. 이러한 체험은 ‘자연도 이처럼 커다란 고양이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고 그는 결국 전기의 마법사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병들거나 다친 비둘기들을 호텔 숙소로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그는 하얀 비둘기를 사랑했다. 만년에 비둘기 모이주기를 즐겼던 테슬라는 1943년 뉴욕의 뉴요커 호텔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은 후 마르코니보다 먼저 테슬라가 무선통신을 발명했음이 인정되었고,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 첫 자를 따서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T(Tesla)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평등과 자유를 가져다 주리라는 그의 예언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면 인류가 치른 희생을 올바르게 반영한 새로운 세상이 탄생할 것입니다. 이 세상은 더 이상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고, 악이 선을 누르며, 가진 자들의 폭력이 가난한 자들에게 굴욕을 주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 세상에서는 지식과 과학, 예술의 산물이 개인의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복지와 윤택한 삶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고 평등하며, 인간을 존경하는 그런 세상이 될 것입니다."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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