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아들(2012년 당시 만6세)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하다 붙잡힌 부모들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해당 학생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아버지 최모(34)씨를 폭행치사와 사체 손괴와 유기 등 혐의로, 어머니 한모(34)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2년 10월 초 평소 목욕을 하기 싫어하던 아들을 목욕 시키기 위해 강제로 팔을 붙잡다가 앞으로 넘어져 의식을 잃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한 달여간 다친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으나 11월초 갑자기 최군이 숨졌다. 최씨는 즉시 아내 한씨에게 전화해 “아들이 사망했으니 딸을 데리고 잠시 친정에 머물라”고 말한 뒤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보관했다. 한씨는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나중에 집에 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둘째인 딸의 육아에 영향을 미칠까 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해 살해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평소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자주 체벌했다고 시인한 점에 미루어 살인 혐의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 중이며 프로파일러를 동원하는 등 범행 동기와 정황 등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오후 부천의 한 초등학교로부터 “2012년 4월 말부터 결석 중인 아이가 있다”는 제보를 듣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당시 최군은 초등학교 입학 한 달 만에 친구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옷에 낙서를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렸다. 이에 학교 측은 최군 부모에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이들 부모는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겠다”고 통보한 뒤 최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3개월 이상 학교에 출석하지 않자 최군은 ‘정원 외 관리’ 대상으로만 분류 됐을 뿐 지난 4년 간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으나, 인천 아동학대 사건 발생 이후 시작된 장기 결석 아동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이튿날 인천 부개동 최씨의 집을 방문했고, 집에 있던 한씨에게 최군의 행방을 묻는 과정에서 최군이 사라졌음에도 실종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겨 한씨를 긴급 체포했다. 최씨는 학교 측에서 연락이 오자 지난 15일 냉동실에 보관하던 시신을 운동 가방 2개에 담아 인천 작전동의 친구 집에 맡겼으나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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