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선이 굵고 담백한 서체로도 민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고인은 어려서 조부께 붓글씨를 잠시 배웠고, 교도소에 서도반이 생겨 만당 성주표(晩堂 成柱杓), 정향 조병호(靜香 趙柄鎬) 선생께 정식 서예를 배웠다.
그의 글씨에 대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획의 굵기와 필세의 리듬에 변화가 많은 것”을 특징으로 꼽았다. 또 “전문 서예가들도 한글작품으로 제시하지 못한 흘림체를 독자적인 서체로 보여준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모두가 뜻을 같이 하여 북돋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고인의 한글 글씨가 “우리 서예 발전사에 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며 “정적이고 귀족적인 궁체가 주류를 이룬 기존 글씨와 달리 한문 서도에서 익힌 필법을 도입해 궁체에 대비되는 민체(民體), 또는 연대체(連帶體), 어깨동무체라 불리는 서체를 창안해 서민적 형식과 민중적 내용을 담아내는 독특한 경지를 이뤘다”고 감동하기도 했다. 고인의 작품을 모았다.
정리=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자료=돌베개 제공ㆍ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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