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인 황새가 갑자기 죽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윤종민 박사는 1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측은 황새 죽음과 관련한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가 말하는 황새는 지난해 9월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서 방사한 8마리 가운데 한 녀석이다. 2015년 4월 부화한 수컷으로 이름은‘산황(K0008호)’이다.
방사 직후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자리를 잡았던 산황은 11월 24일 한반도를 떴다. 이날 오전 9시 남해안을 이륙한 산황은 다음날인 25일 오후 7시 일본 오키노에라부 섬(오키나와 북쪽 60km 위치)에 상륙했다. 등에 부착한 GPS발신기 추적 결과 산황은 1,077km를 3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날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산황은 그러나 28일 오전 11시쯤 섬 주민에 의해 목격된 이후 갑자기 자취를 감춰 버렸다. GPS발신기의 데이터 송신도 완전히 끊겼다.
생사 확인을 못해 애태우던 황새생태연구원은 20여일 뒤인 12월 17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기자로부터 산황에 대한 제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산황이가 오키노에라부 공항 활주로에서 착륙하던 비행기와 부딪혀 숨졌고, 공항 직원이 죽은 산황을 소각했다는 얘기였다.
황당한 소식에 황새생태연구원은 오키노에라부 공항측에 산황의 죽음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산황 등에 부착했던 GPS발신기와 알루미늄 성분의 고리 인식표 ▦항공기 충돌 흔적 사진 ▦충돌 당시의 목격자 진술서 등을 보내달라고 했다.
아울러 공항을 관리하는 가고시마현 공항항만과에도 관련 자료 요청과 함께 사망원인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 달이 다된 지금까지 가고시마현과 공항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서도 호소해봤지만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연구원측은 산황이가 비행기와 부딪혀 숨진 게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키노에라부 공항이 비행기 운항이 적은 아주 한적한 공항이기 때문이다. 만일 항공기 충돌로 인해 죽었다면 공항측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체를 소각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오키노에라부 공항 직원의 황새 사체 소각에 대해 연구원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황새를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황새를 함부로 처리하면 안된다.
한국도 문화재보호법(제99조)에 따라 천연기념물(사체 포함)을 신고하지 않고 소각처리(현상 변경)할 경우,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연구원 윤 박사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황새 복원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정작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는데 전혀 공조가 안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산황의 사망 원인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며 “양국 정부가 사고 원인 조사에 협조하고 양국간의 황새보호 대책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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