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가 정책 목표가 된 적이 없다.”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명 다음 날인 14일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474 비전’은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며 정부가 2013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거시경제 목표치인데요.
기자간담회 직전에 열린 신년 업무보고 브리핑에서도 유 부총리는 “474 계획이 올해 안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라며 “474로 가는 그 기반을 만드는 중요한 방안들을 오늘 우리가 (업무 보고에)담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마디로 ‘474 비전은 어디까지나 지향점일 뿐, 내년까지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될 구체적인 목표는 아니다’라는 말입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정부가 운영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공식 홈페이지인 ‘경제혁신포털’(http://www.economy.go.kr/summary.do)을 보면 474 비전을 ‘3년 후(2017년 초) 우리 경제의 모습’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2014년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고용률 70% 달성으로 청년과 여성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요.
무엇보다, 만에 하나 각종 지표가 호전돼 474 목표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도 유 부총리는 ‘474는 정책 목표가 아니다’라고 발뺌 했을지 의문입니다. 아마“정부가 잘해서 정책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해냈다”고 평가하지 않았을까요.
474비전과 관련한 유 부총리의 이런 언급은 비전 달성과 갈수록 멀어지는 각종 거시경제 지표 탓이 클 겁니다. 우선 최근 한국은행이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이 3.0~3.2% 대로 떨어졌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 4%’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걸로 보입니다. ‘고용률 70%’는 어떨까요.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5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고용률(OECD 기준)은 68.4%입니다. 고용률은 다른 지표들보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내년 70%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입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는 더더욱 언감생심인데요. 현재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2만 달러 후반대에서 수년 째 맴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474 비전이 좀처럼 달성되지 않는 것을 전부 정부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어려운 대외 여건이나 이른바 ‘경제활성화 법안’을 좀처럼 통과시켜주지 않는 국회 등 정부가 댈 수 있는 알리바이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신임 부총리가 임명 다음 날부터 ‘골이 안 들어간다고 해서 골대를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건 아쉽습니다. 차라리 “474를 약속대로 내년에 당장 달성하는 건 어렵겠지만, 최대한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솔직히 양해를 구했다면 어땠을까요.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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