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여의도에선 여야 할 것 없이 하루 종일 ‘김종인’ 이름이 오르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한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진력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 총공세를 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은 정운찬 전 총리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작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내 탈당 여부가 주목된 비주류 인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더민주, 김종인 체제 힘 싣기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이날 “경제민주화 상징 김종인 박사를 선거사령탑으로 모셨다”며 “우리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인재 영입이 계속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 영입을 통한 당의 이미지 변신에 초점을 맞췄다.
김 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당 일성으로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경제정책과 외교안보통일정책을 정책의 두 기둥으로 세우고, 국민의 삶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의 노동 관련 법안을 대해 “그 법안이 제대로 안 되면 한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 한국경제 상황이라는 것은 그 법안과 별로 관련이 없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향한 공세의 고삐도 놓지 않았다.
더민주는 이날 선대위원장이 단독인지 여부를 두고 한 때 혼선을 빚기도 했으나 김 위원장이 단독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김종인 원톱 체제’에 힘을 실었다. 문 대표는 전날 “호남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김 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수락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재론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이후 “당으로서는 김 박사님을 선대위 ‘원톱’으로 모신 것”이라고 하며 일단락했다.
박영선 정운찬 회동 주목
김 위원장의 등장으로 더민주를 포함한 야권 전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특히 국민의당이‘김종인 카드’에 맞서 영입에 공을 들이는 정운찬 전 총리와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 이날 회동해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공동행보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만찬회동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박 의원에게 신당 합류를 요청했으나, 박 의원은 거취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당으로선 두 인사가 합류할 경우 ‘김종인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으나, 박 의원이 더민주에 잔류하고 김 위원장과 막역한 사이인 정 전 총리가 더민주로 향하면 당의 세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더민주의 ‘김종인 영입’이 이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문 대표가 호남 민심 회복을 위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천정배 의원은 이날 조순 전 총리를 만나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 김종인에 집중 포화
새누리당은 이날 김 위원장과 더민주를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이장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역대 정권마다 정부 요직에 올랐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참모, 안철수 의원의 정치 멘토, 이번에는 문재인 대표의 선거 총책까지 김 위원장의 갈지(之)자 행보는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중요한 것은 간판이 아니라 내용을 바꾸는 일이다. 경제활성화를 발목 잡는 정당이 경제를 이야기하는 것만큼 어색한 일도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우리 당이 그 분의 정치력이나 어떤 혜안을 품지 못하고 다시 더민주로 가도록 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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