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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선거구 무법사태 15일… 의장 직권상정론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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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선거구 무법사태 15일… 의장 직권상정론 다시 고개

입력
2016.0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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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들 “우리는 손발 묶였는데

현역 의원들은 가가호호 선거운동”

국회 상대 소송 선관위 압박 등 반발

“정의화 의장이 나서야” 목소리

획정위원 3명 의장 추천 등 논의할

내주 여야 지도부 회동 분수령 전망

여야가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해 선거구 획정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여야가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해 선거구 획정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46개 선거구가 증발한 초유의 ‘무법사태’가 15일로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무 선거구’ 사태에 정치권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드세지만, 정치권은 무풍지대다. 사실 대다수 현역 의원들로선 선거구 획정 문제가 급할 게 없는 사안이다. 지연되면 될수록 현역들에게 유리해지는 구조인 때문이다. 그러나 신인 정치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결행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탄력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남 탓만 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며 총선연기 주장에 불을 때고 있다.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한 국회의 한 단면이다.

국회ㆍ선관위, 15일째 팔짱만

경북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이날 “우리는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현역 의원들은 두툼한 자료를 들고 가가호호 찾아 다니며 선거운동을 벌인다”며 “불평등, 불이익 수준이 아니라 직접적인 위법, 불법 사태가 일어났는데도 국회, 선관위는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중에 패하더라도 누가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며 “진다면 선거무효소송은 물론 민사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구 증발에 따른 소송은 이미 줄을 잇고 있다. 부산 중동구, 인천 연수구, 경기 남양주 등 새누리당의 예비후보들이 이달 초 서울행정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에 대한 위법 확인을 청구하는 소장을 냈고, 일부 후보들은 헌법재판소에 선거일지정처분무효(선거일연기)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소극적 대처도 도마에 올라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예비후보들이 현격한 차별을 받으면서 진짜 혼란은 지금보다 선거 이후일 수 있다”며 “선관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현역 의원들의 의정보고회도 금지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지난 1일부터 예비후보 신규 등록 업무 중단했고 이후 미등록 후보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자 12일 등록업무를 재개하는 편법을 수용하고 선거운동도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무법에 편법이 동원되면서 법의 엄정함은 사라진 상황이 됐다.

정치신인들을 더욱 끓게 하는 것은 여야 지도부의 행태다. 부산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작년 12월31일까지인 선거구획정 마감을 지키지 못한 이 와중에 여당 원내대표는 해외 출장을 가고, 야당 원내대표도 지역구에 의정보고서를 돌리며 자기들 일만 챙기고 있다”며 “화가 부글부글 끓다 못해 이젠 속이 까맣게 탔다”고 말했다.

새누리 “식물국회는 선진화법 탓”

정치권을 향한 비난 수위가 점증하자 정치권은 묘수 찾기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선거구획정위원회 의결 요건을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기존 위원장과 여야에서 추천한 각 4명의 위원이 여야 대리전을 치르며 번번히 회의가 공전하자 새누리당이 지난 8일 발의한 법안이다. 하지만 여당 측 인사로 분류되는 위원장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것이어서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현 국회는 한쪽이 반대하는 법안은 처리가 불가능하다.

상대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 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회선진화법 개정 움직임도 같은 취지다. 역시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법개정을 통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겠다는 뜻이다. 현재 의장이 직권상정 할 수 있는 경우는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 등 이에 준하는 국사비상사태 ▦여야 대표가 합의한 경우로 제한된다.

결국 의석을 과점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추진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는 한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선진화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선거구 획정도, 그 어떤 법도 밀어붙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선진화법 개정안 역시 현행 선진화법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처리될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하다는 점이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김재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정 의장이 ‘무 선거구’ 상태를 입법 비상사태로 규정, 직권상정 의사를 피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것도 비상 사태”라며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역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일/2016-01-15(한국일보)
역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일/2016-01-15(한국일보)

다시 고개 드는 직권상정

입법 악순환이 계속되자 학계에서도 조심스럽게 다시 정 의장이 결행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진화법이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어떻게 볼지는 전적으로 의장이 판단할 문제”라며 “공직선거법(선거구 획정안)은 물론 선진화법 개정안을 직권상정 하더라도 의장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자도 “직권상정을 했다고 해서 도덕적, 정치적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 의장도 선거구 공백 장기화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당이 발의한 두 법안 모두 직권상정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획정위 인적 구성을 여야 3명 추천에 중립적인 의장이 3명을 추천해 9명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만큼 여야 반응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획정위 위원 구성 문제는 국회 상임위(안행위) 의결사항인데, 위원이 여야 동수여서 새누리당 소속의 진영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구성을 바꿀 수 있다. 다음주 정 의장 주재로 열릴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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