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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법무부-대검 한 명만 ‘노’하면 검사 인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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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법무부-대검 한 명만 ‘노’하면 검사 인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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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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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조승우)는 ‘잘 나가는’ 코스인 대검 중수부에 가겠다는 목표로 사건에 집착한다. 다소 과장이지만 검사를 인사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쇼박스 제공
영화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조승우)는 ‘잘 나가는’ 코스인 대검 중수부에 가겠다는 목표로 사건에 집착한다. 다소 과장이지만 검사를 인사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쇼박스 제공

“대검 중수부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11월 개봉해 87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 그가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와 손을 잡고 유력 대선후보-재벌-언론인의 비리 커넥션을 파헤친 이유는 정의감이나 사명감이 아니다. 줄도 없고, 빽도 없고, 족보도 없는 우 검사의 행위를 관통하는 동기는 바로 ‘중수부 검사’가 되는 것이다. “진짜, 조직을 위해 개처럼 살았다”는 그는 인사를 통해 보상을 받고 싶어했고, 우여곡절을 거쳐 중수부 입성에 성공한다. 영화이기는 하지만 검사들에게 ‘좋은 자리’가 동기부여와 보상이 된다는 점에선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실제 검사의 인사에 줄과 빽은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피라미드형인 검찰 조직에서 일단 승진 코스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 꼭대기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 탈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라미드 상부로 가는 어느 단계부터는 권력의 입김을 절대로 무시 못한다고 검사들은 토로한다. 검찰총장은 물론 일부 핵심 보직의 인사에는 정권도 상당 부분 개입해 ‘자기 사람’을 앉히려 한다는 것이다. 인사권을 통한 권력의 검찰 장악이 거셀수록 법정의의 실현을 위해 봉사하는 검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권의 입맛대로 사건 처리를 왜곡하는 ‘정치 검찰’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평검사 인사는 체계적 평가 거쳐

검찰 인사 시스템은 체계가 매우 잘 갖춰진 편이다. 검찰 인사 보도자료에 빠짐없이 기재되는 ‘적재적소에 최적임자 배치’라는 표현대로, 합리적인 인사를 위한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이 있으며 그에 따라 인사가 행해지는 게 대부분이다. 전직 검사장인 A 변호사는 “2,000명 가량인 검사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시스템이 확실해야 하는데, 검찰 정도면 꽤 잘 갖춰진 편”이라고 전했다. 한 전직 검사장은 “전국 각지 수사를 보고받으면서, 수사 잘 하고 똘똘한 평검사들을 찾아내고 발굴하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검사들의 복무평가는 6개월마다 이뤄진다.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검사장이 검사 개개인을 평가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면,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이 자료를 축적한다. 평가항목은 ▦업무성과 ▦복무 성실성 ▦대인관계 ▦감찰부서의 평가(비위, 무죄율, 상벌, 평판) 등이다. 근무 희망지도 인사철에 관계없이 복무평가 때마다 지망을 받는다.

이렇게 쌓인 자료들은 승진 심사 때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검사는 ‘평검사→부부장→부장→차장→검사장→고검장→검찰총장’의 단계를 거치는데,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는 승진 대상자에 대해 사전 심사를 거쳐 모처에서 밤샘회의까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최종안을 확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 검찰 내에서도 인사, 특히 승진 정보는 발표 직전까진 극소수만 알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치기에 지금까지 검사 인사 관련 비리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핵심 요직엔 철저히 ‘믿을 맨’ 배치

그러나 부장검사 이상부터 검사장, 고검장, 검찰총장까지 이어지는 간부급 승진 코스는 인사평가뿐만 아니라 외부 압력과 입김이 상당하다.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하는, 특히 기소 독점권을 행사하는 검찰은 사정기관의 중추라는 점에서 권력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국가기구이기 때문이다.

정권 입장에서 ‘내 편’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검찰 최고위직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명박(MB)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한상대 전 총장이 대표적이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만약 한 전 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 아니었다면 총장으로 발탁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채동욱 찍어내기’ 파문에서 보이는 것처럼 검찰 수장이라도 정권의 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단번에 내쳐진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댓글 수사팀의 버팀목이 돼 줬던 채동욱 전 총장은 혼외자 의혹으로 취임 5개월 만에 갑작스레 물러났는데, 여기에 청와대와 국정원 인사들이 적극 개입한 정황은 주지의 사실이다.

검사장급 이하 주요 포스트 인사에도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돼 왔다. 특히 출신 지역은 여전히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가르는 주요 좌표로 여겨진다. 2011년 이후 4년간 서울중앙지검장은 줄곧 대구ㆍ경북(TK) 인사가 기용됐다. 한 현직 검사장은 “지금은 좀 덜해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ㆍ2ㆍ3부장은 과거 보수정권에선 영남ㆍ호남ㆍ기타지역 출신이 각각 맡았고,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땐 호남ㆍ영남ㆍ기타지역 순의 구도가 있었다”고 했다.

검사장을 지낸 B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는 대검과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 라인 등 ‘윗선’에서 단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앉힐 수 없다”고 전했다. 권력형 부정부패 수사의 최정예 부대인 만큼, 정권의 시각에선 ‘검찰의 자체 판단에만 인사를 맡길 수 없다’고 여기는 자리라는 뜻이다.

정권 실세의 무리한 ‘꽂아 넣기’로 사달이 난 사례도 있었다. C 검사장은 “MB정부의 실세가 서울중앙지검 주요부장검사 자리에 K씨를 넣어줬고, 이후 K씨가 당시 사건 당사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비리를 저질러 검찰 조직에 큰 타격을 준 일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권력 편에서 수사하라’ 인사의 학습효과

부장 또는 차장검사들에 대한 지역 편중 인사는 MB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다소 완화한 게 사실이다. 지역성은 옅어진 대신 ‘보은인사’ 또는 ‘보복인사’ 경향이 노골화됐다. 2008년 미국산 소의 광우병 위험성을 다루어 MB정권에 큰 타격을 줬던 MBC ‘PD수첩’ 사건을 수사했던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PD수첩’ 측에) 죄를 물을 수 없다”며 상부에 맞섰다가 떠밀리듯 사표를 냈다. 반면 바통을 이어받아 보강수사를 거쳐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전현준 당시 형사6부장은 이후 승승장구해 현재 대구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다. ‘PD수첩’ 사건과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사건에 관여했던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영전을 거듭해 결국 검찰 내 ‘2인자’인 서울중앙지검장에까지 올랐다.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수사팀의 사례는 정반대다.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과 이견을 보이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흠집을 낸 윤석열 특별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은 이후 두 차례의 인사에서 모두 한직인 지방고검 검사로 발령받았다.

이 같은 사례는 일선에서 일하는 젊은 검사들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준다. 이런 인사를 한두 차례만 지켜봐도 ‘권력의 편에서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한 전직 고검장은 “유능한 검사도 두 번 연속 인사에서 물을 먹으면 낙오되고, 문제가 있는 검사도 두 번 연속 인사에서 받쳐주면 출세길이 열린다”며 “웬만한 검사들은 조직에 충성하지 않을 수가 없어지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인사를 통한 ‘검찰 길들이기’는 이렇게 완성되고, 검사들의 ‘윗선 눈치보기’는 내면화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사 인사에 정치적 외풍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말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검찰의 인사 시스템은 더 이상 손볼 필요도 없다. 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 곧 인사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너무나 뻔한 말이, ‘검찰 독립’과 관련해선 그저 클리셰(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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