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 2인자로 불리다 좌천설이 나돌았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약 두 달 반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룡해 비서가 중국통인만큼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불편해진 북중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활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 비서가 14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70주년 경축행사 대표증 수여식에서 연설을 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직책도 당 비서 그대로였고, 자신이 줄곧 맡아왔던 청년동맹 담당 업무 행사로 등장해 건재를 과시했다.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최룡해 비서는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북한 공식 매체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특히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신변 이상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우리 국가정보원도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최룡해 비서는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장의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복권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김양건을 대체할 중량감 있는 인물이 대남라인에 없는 만큼 최룡해 비서가 ‘포스트 김양건’으로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최룡해 비서는 2013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대신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고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도 참석하는 등 대체 불가한 대중외교 라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북핵 실험 이후 북중관계를 복원하는 임무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월 당대회 이후 대남은 물론 국제 담당 비서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룡해 비서의 ‘조기 복귀’를 두고 그가 지방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게 맞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복권 여부는) 좀 더 정보를 모아보고 판단해야 될 문제”라면서도 “혁명화 교육이라는 게 우리 법률규정처럼 몇 년, 몇 개월 이렇게 정해진 게 없고 북측 자체의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기간이)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룡해 비서는 지난 2004년에도 비리 문제가 불거져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았는데 기간은 2년이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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