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과 철학하기
김광식 지음
김영사 발행ㆍ360쪽ㆍ1만 3,800원
지난 6일 한 음원사이트에서는 고(故)김광석(1964~1996)의 음원 사용(스트리밍)이 평소보다 약 7배가 늘었다. 김광석 20주기를 맞아 네티즌이 그의 음악을 그만큼 많이 다시 들었다는 얘기다. 아직도 사람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눈물 짓는 ‘이등병의 편지’ 부터 삶의 방황을 위로하는 ‘서른 즈음에’ 까지. 곡에 실린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얘기가 이끄는 공감대의 힘은 그의 노래가 지닌 보석 같은 매력 중 하나다.
‘김광석과 철학하기’ 는 삶의 보편성에 주목한 김광석의 노래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모든 이의 애환과 고뇌를 어르고 달랜 그의 노래를 토대로 삶의 의미를 찾아보자는 취지다.
문화철학자로 유명한 저자인 김광식 서울대 교수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로 자유 의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노래처럼 곱고 희던 손으로 남편 넥타이를 메어주고, 자식 시험 때문에 밤을 지새우고 눈물로 딸을 시집 보낸 뒤 인생이 황혼에 기운 어느 날 사랑하는 이를 홀로 두고 떠나는 어머니. 우리 부모세대들은 이게 행복이라 믿고 살았다. 그런데 과연 이 인생은 희극인가.
저자는 헤겔(1770~1831)의 ‘자유 철학’ 에서 답을 찾는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 때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주의로 인한 공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립적이면 타인에게 얽매일 필요가 없고, 누군가의 희생도 필요 없다. 결국 나를 위해 사는 게 공동체를 위한 삶이란 접근이다. 어머니가 자유로워져야 어버지와 자식들도 자유로워진다. 주인과 노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노예에게 매여 사는 주인은 노예가 없으면 제대로 살지 못한다. 빚진 자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헤겔식 이론을 바탕으로 노부부의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등병의 편지’ 에선 ‘익숙한 나와의 이별’ 에 주목한다. 군대 가기 전까지 나를 중심으로 돌던 세상은, 입대와 동시에 군을 중심으로 돈다. 거울 속에 비친 짧게 잘린 머리를 보고 얼굴과 마음까지 굳어진다. 익숙했던 삶과의 진정한 이별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바로 독일철학자 칸트(1724~1804)가 강조한 ‘순수이성비판’의 순간이다. 책은 더 나아가 인간은 자신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이나 인식에 대한 철저한 자기 비판으로, 신이 만든 세계와 이별해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얘기까지 꺼낸다. 이는 ‘88만원 세대’ 에게 살기 어려운 세상 탓만 하지 말고,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가라는 암시로 들린다.
김광석의 노래를 토대로 철학적 이론을 제시하며 전세대의 삶에 대한 고민을 어렵지 않게 아우른 게 책의 장점이다. 군에서의 폭행 피해 등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혼란에 빠졌을 때 철학적 화두가 어떻게 작용되는 지를 녹여 쉽게 읽힌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한 절절한 사랑에선 ‘죽음’의 철학을 말하는 하이데거(1889~1976)를 소개한다. 저자가 서울대에서 진행한 행복특강의 내용과 2011년 KBS1 ‘TV특강’에서 ‘행복을 위한 철학콘서트’라는 주제로 말했던 내용을 함께 엮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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