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장에 이석준 내정
최상목 홍남기 정은보도 요직에
산업부 등 타부처 분위기 험악
박근혜 정부의 장ㆍ차관급 인사에서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경제관료를 요직에 앉히겠다는 청와대의 의지와 ‘실세 중의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막강한 파워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15일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6개 부처 차관 인사를 단행하고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후임으로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발탁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기재부 2차관과 예산실장 등을 역임한 분으로 각종 사회 현안을 조정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기재부 1차관에는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미래부 1차관에는 홍남기 청와대 기획비서관이 각각 내정됐다. 행정자치부 차관에는 김성렬 현 행자부 지방행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는 우태희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발탁됐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는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 중소기업청장에는 주영섭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객원교수가 내정됐다.
이날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장ㆍ차관 내정자 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이 기재부 출신이라는 점. 기재부 2차관 출신의 이석준(행시 26회) 내정자는 물론 최상목 내정자(29회)과 정은보 내정자(28회)는 기재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을 벌여왔다. 홍남기 내정자(29회)도 기재부에서 대변인과 정책조정국장을 지냈다.
기재부 출신이 정부부처 요직을 독식한 것은 이번 인사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 개각에서 강호인 전 기재부 차관보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주형환 당시 기재부 1차관이 산업부 장관으로 승진했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또한 기재부 2차관을 지냈다.
타 부처는 불만이 들끓는다. 국무조정실장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문재도 전 산업부 2차관의 국무조정실 입성이 불발된 산업부는 특히 침울하다. 장관에 이어 국무조정실장 자리도 기재부 출신에 밀렸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도를 지나친 독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장에 내정된 주 교수는 본텍, 현대오토넷 대표를 지낸 인물로 ‘첫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 중기청장’이란 타이틀을 갖게 됐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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