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댜오위타이서 개소식
시진핑ㆍ리커창 등 中지도부와
한ㆍ러 등 57개국 대표들 참석
미국ㆍ일본 주도 IMFㆍADB와
세계경제 질서 놓고 경합 전망
중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드디어 닻을 올린다.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기존 금융기구와 세계경제질서를 놓고 치열한 경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인프라시설 투자가 주목적이라는 점에서, 건설과 엔지니어링 업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년 만에 화려한 출발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AIIB는 16~18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창립총회 및 개소식을 열고, 출범을 대내외에 공식 선포한다. 지난 2013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 순방 중 공식 제안한지 2년 만이다. 이번 출범행사에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와 한국 러시아 인도 독일 영국 등 57개 창립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다. AIIB 5대 주주인 우리 정부에서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해 역내국을 대표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회원국들은 이번 일정 기간에 협정문의 세칙 및 행동강령을 승인하는 한편 총재와 이사를 선출하게 된다. 총재로는 이미 중국의 진리췬(金立群) 전 중국 재정부 부부장이 내정돼 있으며 모두 12명으로 구성되는 이사 중 한 명으로 송인창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이 추천돼 선출될 예정이다.
中, 세계 경제질서 재편 시동
공식 출범과 동시에 세계의 이목은 중국으로 쏠리게 됐다. AIIB가 중국의 주도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기존의 국제금융기구에 대항하는, 세계경제질서를 재편하려는 기구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AIIB 출범과 우리 기업의 아시아 인프라시장 진출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AIIB를 제안한 배경과 목적을 보면 미국과 일본 중심의 기존 국제금융질서에서 탈피하고, 특히 아시아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중국은 출자비율(지분율)에서 30.34%를 차지하고 있는 AIIB의 압도적인 1대 주주다. 중국은 특히 AIIB를 시진핑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一帶一路) 프로젝트와 관련, 인프라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한 금융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와 중국 동남아 인도양 유럽을 해상 교역로로 연결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동시에 구축하는 프로젝트. 기존의 국제금융기구가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는 AIIB의 힘을 빌려,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동시에 아시아 등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겠다는 게 중국의 복안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위안화의 위상 강화도 중국이 노리는 부분이다. 일단 AIIB의 자본금은 물론, AIIB 거래에서도 당분간은 달러가 사용되겠지만 중국은 앞으로 위안화가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진리췬 초대 총재 내정자는 지난해 연말 “달러가 여전히 AIIB 운영의 우선적 통화가 되겠지만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에 따라 국제 지불수단으로서 위안화의 지위가 올라가게 될 것이고, 앞으로는 위안화 융자 수요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
AIIB는 우리나라에게도 기회 요인이다. 아시아지역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기회가 국내 건설사 등에게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수요가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88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이 아직까지 AIIB에 불참하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나쁘지 않다. AIIB 협정문에는 어떤 국가로부터 재화와 용역을 조달하는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비회원국 역시 사업 수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비회원국은 내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AIIB는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00억~15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AIIB 부총재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AIIB는 지난달 10일 부총재 5명에 대한 공모 절차를 마감하고, 현재 후속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최경환 전 부총리는 진리췬 총재 내정자를 만나 한국이 초대 부총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초 이번 출범 행사 기간 내 공표가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표 시점은 좀 더 늦어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 등 넘어야 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기존의 금융기구의 수주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기간은 긴 반면 수익률이 낮아 그 동안 국내 기업이 수주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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