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신축 중인 실험용 경수로 공사장에서 최근 냉각수로 완공, 변압기 2기 추가설치 등 새로운 진척 상황이 포착됐다. 15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북한 4차 핵실험 직후인 11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ㆍ판독한 결과, 6개월 전에 비해 경수로가 가동 단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이날 밝혔다. 38노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38노스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의 외형적 변화는 두 가지로 ▦원자로 냉각수 펌프장과 연결된 수조에 물을 공급하는 수로 2개가 완공됐고 ▦지난해 10월 완공된 변전 시설에 변압기 2기가 추가 설치됐다. 다만 건물 내부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 돼 언제부터 실험용 경수로가 가동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수로가 가동을 시작할 경우, 북한은 민수용 전기 공급은 물론 핵무기용 핵분열 물질을 생산할 기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기존 5㎿급 흑연 감속로를 간헐적으로 운전하고 있으며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도 가동하고 있다는 추정도 제기됐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11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 핵시설의 5㎿급 흑연감속로에서 뜨거운 증기가 배출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15일 밝혔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증기가 배출된다는 것은 흑연감속로를 가동시킨다는 의미”라며 “지난해 위성 사진에서는 증기 배출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간헐적으로, 혹은 저출력으로 흑연감속로를 가동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ISIS는 또 원심분리기 건물과 보조건물 2개 동 지붕에 눈이 녹아 있는 점, 건물 주변에 대형 트럭 등 차량들이 발견되는 점 등에 주목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 분리기는 꾸준히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실험용 경수로나 사용후핵연료재처리 시설에서는 아직 새로운 활동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북한이 5㎿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 수㎏을 추출하고 이를 핵무기용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미국 과학자협회(FAS) 등은 “실험용 경수로가 완공되면 북한은 연간 5~6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30~40㎏을 추가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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