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철(56)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마지막 날 일본과의 경기에서 35-21로 이기면서 4전 전승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여자 핸드볼팀의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끈 주역은 류은희(26ㆍ인천시청)다. 그는 180㎝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슈팅력으로 ‘탈아시아급’으로 평가 받는다. 그만큼 여자 핸드볼이 류은희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류은희는 대표팀의 주전 라이트백으로 전 경기에 출전해 43골을 기록하며 전체 득점 부문 3위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약관의 나이로 첫 태극마크를 단 류은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앞장섰고, 어느덧 올해 27세로 대표팀에서도 중참이 됐다. 류은희는 지난 13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광저우 때는 언니들이 시키는 위주로 따라가기 바빴지만 지금은 대표팀에서도 중간 급이라 할 일이 더 많아졌다”면서 “경기장에서는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 위치이고, 경기장 밖에서도 언니들과 후배들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선배가 된다는 게 참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 속에 은메달을 따 내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감동 스토리 소재를 제공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숙원은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다. 여자 핸드볼은 1984년 LA 올림픽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고, 본선 무대에서도 런던올림픽까지 8회 연속 4강에 오른 강팀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은메달 세 번,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3ㆍ4위전에서 스페인에게 아쉽게 져 4위에 그쳤다. 류은희는 “언니들의 업적이 대단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올림픽에서 4위랑 3위의 차이는 정말 크다는 걸 런던에서 느꼈다”면서 “올림픽 시상대에 꼭 서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올림픽 실전 리허설이라 할 수 있었던 지난해 12월 덴마크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과 세계의 격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이 정체된 사이 신체 조건이 월등한 유럽 팀들이 기술까지 갖추기 시작하면서다. 그러나 류은희는 “이번에 막상 부딪혀 보니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자신감을 얻었다”며 가능성을 본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올림픽 본선에서는 부상으로 세계선수권에 빠졌던 대표팀의 맏언니 김온아의 합류로 전력도 보강된다.
29일 개막하는 국내 리그 준비를 위해 소속팀에 복귀한 류은희는 어깨 부상 여파로 잠시 공을 놓고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올림픽에 출전에 차질 없도록 전반기까지는 착실히 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은희는 지난해 서울시청과의 2015시즌 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연장 27-27 상황에서 혼자 연속 골을 넣으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큰 키에도 빠른 돌파와 한 박자 빠른 슈팅 능력은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류은희는 “유럽 선수들은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한국 여자 핸드볼의 장점은 선배들이 입증한 것처럼 끈끈함과 응집력, 패기와 투지”라고 말했다.
올림픽 여자 핸드볼은 12개 나라가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상위 4개 팀이 8강에 올라 토너먼트로 경기를 치른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우승국인 노르웨이와 개최국 브라질 등 6개국이 확정된 상태다. 4월께 나머지 본선 진출국이 가려진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5월 A매치를 갖고, 올림픽 직전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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