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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대수(大數)의 법칙’으로 예측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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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대수(大數)의 법칙’으로 예측한 대한민국

입력
2016.01.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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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
영화 ‘베테랑’.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 ‘베테랑’을 신정 연휴 때 볼 기회가 있었다. 1,200만명을 동원한 영화답게, 재미가 있었다. 재벌그룹 오너 일가인 조태오(유아인 분)의 대사가 인상에 남았다. 그는 임금 체불을 항의하는 화물차 기사(정웅인 분)를 폭행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올해 경기가 제일 안 좋다는 말을 한번도 안 빼먹고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죽었나요. 안 죽었잖아.”

이 대목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선두인 도널드 트럼프가 떠올랐다. 입 밖으로 내놓는 말 가운데 70%가 거짓말이라지만 트럼프가 한국 기업에 대해 진실을 얘기한 것처럼, 조태오도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서너 번의 유세에서 “최근 TV 4,000대를 주문했는데 입찰자는 삼성과 LG뿐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TV시장 최강자는 한국 기업이다. 마찬가지로 천하의 나쁜 녀석 조태오도 한국 재계에 오래 전부터 사실보다 부풀려진 ‘위기론’이 퍼져있다는 진실을 들려줬다.

한국일보를 대표해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다 보면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 지역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정치, 경제, 외교ㆍ안보 등 이슈는 다양하지만 많은 외국인 전문가 및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면 정도 차이가 있지만, 한국에 관해 일관된 평가를 내리는 점을 알게 된다. 다음은 기자의 취재 수첩에 적힌 몇몇 사례다.

이달 초 무디스 부사장 출신인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에게 ‘신용등급 높아졌다는데 한국인들은 왜 그걸 못 느끼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해 3%에 근접한 성장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매우 뛰어난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다니.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인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말에는 행복경제학의 대가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존 헬리웰 명예교수를 인터뷰했다. ‘한국이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국은 이미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경제도 성장시키고 사회통합도 달성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전세계에 모범이 되는 사례였다”고 대답했다.

세계은행에서 한국 경제를 다뤘던 은퇴 경제학자 베르트랑 르노 박사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보아도 한국 같은 나라는 없다. 불과 몇 년 떠나 있으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성장하는 나라다. 1960년대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워싱턴 지역을 합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중견국 그룹의 리더가 됐다.” 고 했다.

1960~70년대 한미 외교에 큰 역할을 한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도 지난 13일 ‘재미한인의 날’행사장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일보 장기영 창업자(1977년 작고)와 허물없이 지낼 정도로 오래 전부터 한국을 알고 있다. 너희 나라는 정말 강해지고 발전했다.”

통계학에는 ‘대수(大數)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말 그대로 ‘전체 집단의 특성을 알기 위해 표본 조사를 할 때 관측 대상이 많아 질수록 통계 추정의 정밀도가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처음 워싱턴에 와서 한두 명 외국인에게 ‘한국,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인사치레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비슷한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대수의 법칙’에 따라 그들 말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라는 통계적 추정에 이르게 됐다.

‘헬조선’, ‘총체적 위기’ 등 새해에도 한국에서는 안보ㆍ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비관 분위기다. 발전된 미래를 지향하려면 짐짓 경계심을 높이는 게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가끔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한국이 칭찬과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현실도 인정하는 게 ‘위기’극복에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조철환ㆍ워싱턴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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