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고 질도 보장되는'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유통업계에 PB(유통업체가 제조사와 공동으로 기획하고 개발해 자체브랜드를 붙여 자기 점포에만 출시하는 상품) 바람이 불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소비패턴이 다양화·다변화되면서 유통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독자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PB 열풍의 주역, '편의점'
인기 PB상품은 편의점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다. 도시락, 컵라면, 음료 등은 많이 팔린 제품 상위권에 꾸준히 들면서 편의점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 세븐일레븐 '혜리 11찬 도시락'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3월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를 모델로 내세운 '혜리 7찬 도시락(3,900원)'을 선보였고, 큰 인기를 끌자 4개월 뒤인 7월 '혜리 11찬 도시락(4,500원)'까지 내놨다. 혜리 도시락 '붐'에 힘입어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은 작년의 두 배로 뛰었다. 세븐일레븐 'PB교동반점짬뽕'은 삼양 '불닭볶음면'을 제치고 세븐일레븐 라면 부문에서 1위(매출 기준)에 올랐고, 디저트 빙수 PB '우유빙수설'도 올해 여름 세븐일레븐에서 아이스크림 중 가장 많이 팔렸다.
편의점 미니스톱의 치킨·소프트크림·도시락 등 PB 제품도 '간판 메뉴'로서 매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매콤넓적다리·점보닭다리 등 미니스톱 치킨과 쟈뎅과 합작한 '미니카페' 원두커피, '푸짐한'과 '명품' 시리즈의 도시락도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
편의점 CU(씨유)에서는 PB 음료 '델라페 컵얼음'이 2013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판매량 1위 자리를 지켰다. CU가 올해 출시한 '임실 치즈' '속초 홍게' '청양고추' '통영 굴과 매생이' 등 4가지 종류 컵라면도 컵라면 부문에서 모두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작년 한해 GS25의 수량 기준 판매 '탑(top) 10'에도 4개 제품이 PB였다. 아이스컵, 함박웃음 맑은 샘물(2ℓ), 함박웃음 맑은 샘물(500㎖), 야쿠르트그랜드(280㎖)가 각각 1, 2, 8, 10위를 차지했다.
■ 마트 매출의 20% 이상이 'PB'
대형마트에선 쌀·우유·생수·홍삼 등의 PB 제품이 속속 매출 1위에 오르고 있다.
개별 품목에서 이미 마트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은 PB도 많다. '이마트 이맛쌀(20㎏)'의 경우 전체 쌀 상품군 매출의 30%를 차지할만큼 독보적인 1위 제품이다. 2013년 '반값 홍삼정'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등장한 '이마트 6년근 홍삼정(240g)' 역시 하루 평균 600개가 팔리며 홍·인삼 상품군 전체에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작년(1월1일~12월10일) PB 매출 비중이 28.4%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평균(25.6%)보다 3%P 가까이 더 커졌다. 홈플러스는 현재 싱글스 프라이드(1인 간편식), F2F(의류), 홈플러스 좋은상품, 웰빙플러스(친환경) 등의 PB를 유지하고 있다.
▲ 홈플러스 PB '홈플러스 좋은상품 맑은 샘물'
롯데마트의 경우 작년 11월말까지 PB 매출 비중이 26.1%로 집계됐다. 2013년 5월 출시된 롯데마트 PB '통큰 초코파이'는 작년까지 3년 동안 파이 과자 부문에서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PB가 인기를 끄는 것은 NB(일반제조업체 브랜드)와는 달리 중간마진과 브랜드 로열티가 없어 가격은 저렴한 반면 NB에 물건을 공급하는 업체가 PB 위탁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많아 품질도 우수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PB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로는 편의점의 경우 편의점의 특성상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PB상품의 개발로 인한 차별화가 꼽힌다. 대형마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소제조업체와의 상생 측면에서도 대형마트들은 PB의 질을 높이고 품목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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