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 재수사 끝에 내연남녀 구속
10년 전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중국으로 밀항한 40대 남자와 내연녀가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귀국했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개정 전 형법상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15년으로 이들이 국내에 있었다면 시효가 완료돼 처벌할 수 없지만 밀항 등으로 해외로 나가 있는 기간은 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5일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중국으로 밀항한 주모(41)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밀항단속법위반 등의 혐의로, 내연녀 유모(48)씨를 밀항단속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1996년 초부터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유부녀 유씨와 정을 통해온 주씨는 남편이 눈치채자 같은 해 12월8일 오후 10시쯤 대구 달성군 현풍면의 한 공용주차장으로 남편을 불러내 뻔뻔스럽게도 “아내와 헤어져라”며 요구하다 목 졸라 숨지게 했다. 남편이 바람난 아내를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남편이 몰고 온 1톤 화물트럭에 시신을 싣고 11㎞ 가량 떨어진 달성군 옥포면 구마고속도로변 수로에 옮겨 휘발유를 부어 태운 뒤 내연녀 유씨와 함께 중국으로 밀항했다.
경찰은 주씨 등이 잠적한 뒤 1997년 1월부터 살해당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고, 숨진 남편의 시신은 그 해 6월 한 등산객에 의해 발견돼 DNA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이후 방송사 '경찰청 사람들'에게까지 나오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궁에 빠졌다가 2011년 12월7일자로 공소시효가 완료된 줄 알고 사건이 종결됐다.
자칫 영구미제로 끝날뻔한 사건은 주씨 등이 시효가 끝난 줄 알고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시 공안국에 밀항을 신고한 뒤 주씨는 지난달 30일, 유씨는 이달 6일 강제출국 된 것을 밀항단속법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경찰은 유씨가 장기실종에 따른 사망처리 된 것을 확인하고 당시 사건담당 퇴직경찰관, 피해자 가족 및 주변인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대법의학교실 등을 대상으로 재수사를 통해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은 주씨가 사건 직후 가족들에게 "사람을 죽였다"며 맡겨둔 예금통장을 받아 집을 나간 뒤 국내 거주 흔적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춰 공소시효가 만료된 2011년 12월 7일 이전에 밀항한 것으로 보고 처벌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터폴을 통해 그 동안 중국에서의 행적을 확인하는 등 공소유지게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당당하게 입국한 주씨는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에는 시효가 중지된다는 사실을 알고 “공소시효가 끝난 뒤 2014년에 출국했다”고 둘러대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공소시효가 15년이었던 살인죄는 2007년 법률 개정으로 2008년 이후 발생 사건에 한해 25년으로 연장됐고, 지난해 또다시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 중 2008년8월1일 이후 발생한 사건에 한해 공소시효 자체가 폐지됐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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