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ㆍ합리적 보수 끌어안기
국민의당 정체성 논란 예고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14일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도와 합리적 보수 세력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차별화 행보로 풀이되지만 국민의당 노선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안철수 의원 등과 함께 서울 강북구 국립 4ㆍ19 민주묘지 참배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이승만 묘역을 참배한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나라를 세운 분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그 화합의 힘으로 미래를 끌고 가려고 하는 정치적 지혜가 대단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원래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 분이었다. 그 공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때 만들어진 뿌리가, 잠재력이 성장해서 4ㆍ19 혁명에 의해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우리나라에 확립됐다”며 이 전 대통령을 적극 평가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국민의당은 결코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며 “그래야 국민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가 생기고 이념적 중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대한 인정을 바탕으로 저희들은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국민의당이 지난 11일 이승만ㆍ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며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 행보에 나선 데 이어 ‘이승만 국부론’까지 제기함에 따라 국민의당 노선의 정체성을 두고 본격적인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재평가 작업과 ‘국부론’은 그간 뉴라이트 진영이 ‘1948년 건국설’과 함께 적극 제기해왔던 것으로 전통적으로 야권에서는 강한 반발을 불러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 인사들이 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전 경찰대교수는 “수구적 보수 우파라는 정체성을 밝혀주신 데 감사하다”며 “유권자들과 시민들의 혼란이 많이 걷힐 것”이라며 비꼬았고, 조국 서울대 교수도 “(이승만 국부론은) 대한민국이 언제 세워졌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1948년 건국설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지지층 일각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반발이 확산되자 한 위원장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국민의 당이 앞으로 지행해야 되는 역사 해석의 기본 틀이 어떤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한발 물러섰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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