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Y6’ 한 달 만에 2만대 판매
레노버 ‘팹플러스’도 4000대 완판
“中 업체가 국내 시장 잠식” 우려 커져
Y6, 일일 개통 점유율 2% 그치는 등
저렴한 제품 찾는 소비층서만 인기
제조사별 판매 비중도 변화 없어
업계 “중국산 돌풍? 거품 끼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의 저가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중국업체들의 국내 휴대폰 시장 잠식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전자업계에서는 중국산 휴대폰의 인기가 판매 실상보다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16일 단독 출시한 중국 화웨이의 초저가 스마트폰 ‘Y6’ 판매량이 2만대를 넘어섰다고 14일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저렴한 Y6는 월 2만9,900원 요금제를 써도 보조금 13만4,000원에 유통점의 추가 판매 장려금(15%)까지 받을 수 있어서 사실상 공짜폰이나 다름없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0대 청소년과 40, 50대 중장년층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레노버도 처음으로 인터넷쇼핑몰 11번가를 통해 39만원대 스마트폰 ‘팹플러스’를 선보여 한 달 만에 준비한 물량 4,000대를 모두 팔았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도 지난 4일 KT 유통점과 손잡고 ‘홍미노트3’을 6만9,000원에 내놓았다. 그러나 이튿날인 5일 KT가 갑자기 제휴 판매를 중단하면서 샤오미의 상승세를 우려한 국내 제조업체들이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KT측은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산 휴대폰의 영향력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인기에 거품이 꼈다고 본다. 지금까지 2만여대가 판매된 Y6의 경우 일별로 환산하면 하루 700대씩 판매된 셈인데, 하루 평균 휴대폰 개통 건수가 4만여대인 점을 감안하면 점유율이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샤오미 홍미노트3도 인터파크가 판매 행사를 진행한 이틀 동안 판매량이 18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유행에 민감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우선 조건으로 삼는 일부 소비자들만 중국 업체 휴대폰을 실제 구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최근 3개월 내 출시된 주요 스마트폰 10개 가운데 6개가 50만원 이하일 만큼 전체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높아졌다”며 “이와 함께 중국산 저가 제품 판매도 조금 늘어난 것으로, 아직 국내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고가가 50만원 이하인 제품의 판매 비중은 20%미만이었지만 지난해부터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 스마트폰인 LG전자 V10(80만원)과 애플 아이폰6S(최저 87만원)가 출시된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50만원 이상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각각 71.8%, 73.1%로 뛰었다. 전체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의 입지가 소폭 확대됐으나 여전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다는 뜻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삼성전자 60%, LG전자 15%, 애플 15%, 기타 10%인 제조사별 판매 비중도 거의 변화가 없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TG앤컴퍼니 ‘루나’나 삼성전자 ‘갤럭시J7’, LG전자 ‘넥서스5X’ 등 국내 업체들도 성능이 뛰어난 중저가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며 “이통사 보조금을 받고 할부 구입하면 중국산 제품과 가격 차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국산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14일 이통3사를 통해 50만원대 스마트폰 갤럭시A5와 A7를 출시했고 LG전자도 15일부터 20만원대 ‘K10’ 판매를 시작한다. 이 제품들 역시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 부담이 확 낮아져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돌풍을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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